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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재앙 산불] ①5월 신록에 드리워진 12년 전 '화마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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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재앙 산불] ①5월 신록에 드리워진 12년 전 '화마 상처'

녹음으로 뒤덮인 2005년 양양·낙산사 산불현장…속살 상처는 '여전'

"10여년 복구작업으로 상당 부분 치유…이전 모습 회복까진 수십년 걸려"

(양양=연합뉴스) 이종건 기자 = "오랜 시간 힘들었지만 국민의 관심과 정성 덕분에 이만큼 치유가 됐습니다. 하지만 산불 이전 모습을 되찾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신록이 짙어가는 5월 세 번째 화요일인 지난 16일 2005년 엄청난 산불피해가 발생했던 강원 양양 지역과 낙산사를 둘러봤다.


산불 이후 10년여에 걸친 복원사업이 진행돼 겉으로는 산불의 흔적을 지운듯 보였으나 속살 내부까지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2005년 산불이 훑고 지나간 양양읍 화일리와 강현면 용호리 등지 야산은 복구작업 때 심은 어린 나무들이 산불로 사라진 큰 나무들을 대신한 채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나무들은 신록의 계절을 맞아 잎을 무성히 피워내고 있었으나, 아름드리 나무가 빽빽이 들어찬 산불을 경험하지 않은 다른 지역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용호리 지역의 경우 야산에 뿌리를 내린 활엽수나 관목들이 숲을 이루면서 산불당시의 황량함은 사라졌으나 충분히 자라지 못한 나무들이 대부분이어서 산불 피해 지역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아볼 수 있었다.

나무가 제대로 자라지 못한 일부 지역의 산비탈에는 맨땅도 드러나 보였다.

산불 이후 1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르면서 산불에 초토화됐던 낙산사도 부지런한 복구작업으로 그날의 아픈 상처는 상당 부분 치유됐으나 여전히 곳곳에서 산불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산불 당시 잿가루와 흙먼지가 난리던 홍예문 우측 산비탈은 조림된 소나무들이 뿌리를 내리고 잡목들이 활착하면서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그날의 상처를 가리고 있었다.

홍예문을 지나 원통보전으로 향하는 길옆에 자라고 있는 10여 그루의 키가 나지막한 소나무들은 잘 꾸며진 아름다운 정원을 연상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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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무소를 헐어내고 흙덮기 한 자리에 심은 수십 그루의 나무들에서도 5월의 푸름을 느낄 수 있었다.

나무들 사이에 설치된 10여 개의 동판에는 낙산사 산림복원에 도움을 준 국민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건물 복원에 160억원이 투입된 것을 비롯해 2006년부터 6년간 진행한 조림사업에도 75억5천여만원이 투입됐다.

큰 소나무 6천100여 그루가 이식되고 24종 18만 그루의 각종 나무가 경내에 심어졌다.

사천왕문을 들어서자 좌·우로 버티고 선 두 개의 커다란 나무그루터기가 눈에 들어왔다.

산불 당시 불에 탄 고목인데 생명이 끊겼을 것만 같았던 이들 나무에서도 여러 개의 가지가 돋아나 푸른 잎을 피우고 있었다.

원통보전을 지나 해수관음상 쪽으로 가는 '꿈이 이루어지는 길'.


이곳은 산불 당시 해수관음상 주변과 함께 가장 큰 산림피해를 본 곳이다.

조림 당시 어른 키 정도에 불과했던 나무들은 12년이 지나면서 훌쩍 자라 제법 넓은 그늘을 만들었다.

보타전 뒤편 경사지에 심은 각종 꽃나무도 모두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고 의상대 주변 절벽에 둥지를 틀고 새끼 4마리를 부화한 수리부엉이 한 쌍은 낙산사 생태계 회복의 전령사로서 스님과 관광객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산불 당시 화상을 입어 나무 전문업체의 치료를 받은 의상대 주변의 관음송들도 다행히 모두 살아나 건강한 모습으로 활기찬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생명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홍련암 뒤편 경사지는 대나무 숲이 우거져 사람이 들어갈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아직도 경내 군데군데 남아 있는 시커멓게 탄 나무그루터기는 12년 전의 산불피해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었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울창했던 낙산사를 산불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리려면 수십년은 더 걸려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낙산사를 비롯해 양양읍 화일리와 강현면 사교리, 용호리 일대가 산불피해를 본 것은 2005년 4월 4일과 5일 이틀간이다.

4일 밤 11시 50분께 강현면 사교리에서 발생한 산불이 원인이 됐다.

사교리 산불은 5일 오전 진화되는 듯했다.

그러나 강한 바람을 타고 불씨가 되살아나면서 해안 쪽으로 급속히 번져 급기야 오후에는 낙산사를 집어삼켰다.

원통보전을 비롯한 전각 대부분과 보물 479호였던 동종까지 소실됐다.

산불이 지나간 낙산사는 그야말로 폐허로 변했다.


산불 이후 10년여에 걸친 복원사업이 진행되며 낙산사는 겉으로는 산불의 흔적을 지운듯 보였으나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주지 부임 후 15일 만에 산불피해를 보고 복원사업을 추진했던 전 낙산사 주지 정념 스님(현 낙산사 무산복지재단 이사장·흥천사 회주)은 "복원사업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국민 여러분의 성원으로 낙산사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었다"며 "국민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정념 스님은 "산불 피해를 본 자연생태계를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수십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특히 문화재는 한번 소실되면 복원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산불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mom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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