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우 "이제 목표는 메이저…17번홀에선 핀 없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홀 두 번째 샷 하고 마음이 놓였다"
"아팠던 허리는 다 나았다"…"5년 보장받았으니 공격적 플레이 하겠다"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메이저대회 우승도 꿈은 아니라는 자신감을 얻었다. 일정을 잘 관리해서 최적의 컨디션으로 나서면 가능하다고 본다."
15일(한국시간) 제5의 메이저대회라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김시우는 이제 메이저대회를 겨냥하고 있다고 연합뉴스 전화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시즌 초반을 힘겹게 했던 허리 부상에서는 완전히 벗어났으며 5년 투어 카드를 받았으니 앞으로 대회 때 우승 기회가 오면 더 공격적으로 경기하겠다고 말했다.
김시우는 또 수많은 선수를 좌절에 빠트린 소그래스TPC의 악명 높은 17번홀(파3)에서는 "핀이 없다고 생각하고 쳤더니 한 번도 실수가 없었다"고 비결을 공개했다.
시상식을 마치고도 각종 식후 행사에 참석하느라 현지 시간으로 밤 10시가 넘도록 저녁밥도 먹지 못한 김시우는 "너무 기뻐서 배가 고픈 줄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김시우는 텍사스주 댈러스의 집에서 휴식을 취한 뒤 다음 달 1일 개막하는 메모리얼 토너먼트에 출전할 계획이다.
다음은 김시우와 일문일답.
-- 우승 소감은?
▲ 시즌 초반에 허리가 아파서 많이 힘들었는데 이렇게 큰 대회에서 우승하게 돼 기쁘다. 5년 투어 카드를 받았으니 앞으로 일정을 잘 짜고 몸 관리를 잘해서 더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겠다.
-- 언제 우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나?
▲16번홀부터 18번홀까지 어려운 홀이 계속되니까 2타차 선두라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18번홀에서 두 번째 샷을 쳐놓고 나서야 마음이 놓였다.
-- 18번홀에서 투온이 안 됐지만 표정이 밝았던 건 우승이 확실해 보여서이었나?
▲ 두 번째 샷 치기 전에 (이안) 폴터 경기 모습을 보고 있었다. 18번홀에서 보기를 하면서 3타차로 벌어진 걸 알고 있었기에 두 번째 샷을 왼쪽 워터해저드로만 보내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린 앞에 잘 떨어져서 안심했다.
-- 이번 대회 우승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
▲ 2, 3주 전부터 내 샷이 워낙 좋아졌다. 이번 대회에서 아마 티샷 정확도나 아이언샷 그린 적중률이 내가 1등이지 않나 싶다. 샷이 좋아서 쇼트게임만 뒷받침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아서 대회에 앞서 쇼트게임을 집중적으로 연습했던 게 맞아 떨어졌다.
-- 그린에서도 결정적인 퍼트에 많이 성공했다. 퍼팅 그립을 집게 그립으로 바꾼 게 주효했나?
▲ 집게 그립으로 바꾼 건 세르히오 가르시아가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걸 보고 아버지께서 "잘하는 선수가 하는 거라면 한번 해보는 것도 좋겠다"고 했던 게 계기가 됐다. 1주 정도 연습하고 텍사스오픈에서 나가서 처음 실전에서 해봤더니 효과가 있었다. 긴장될 때 특히 효과 만점이었다. 견고하고 편했다.
-- 이번 대회에서 잘 친 샷이 많긴 했지만, 본인이 생각하기에 가장 잘 친 샷을 꼽으라면?
▲ 3라운드 14번홀(파5) 두 번째 샷이다. (3라운드 14번홀에서 그는 카트길 옆 러프에서 268야드를 남기고 드라이버로 두 번째 샷을 때려 그린에 올렸다) 평소에 맨땅에서도 드라이버를 치는 연습을 해놔서 그다지 어렵지 않게 결정할 수 있었다.
--어려운 코스 세팅에다 세계 최정상급 선수가 모조리 나온 특급 대회에서 우승했으니 자연스럽게 메이저대회 우승 기대가 높아졌다.
▲ 작년에 처음 우승했을 때와 다른 게 그거다. 이번 우승으로 메이저대회에서도 우승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메이저대회는 경험이 필요하다지만 이제 여유가 생겼으니 메이저대회 코스도 미리 가서 돌아보고 준비하면 가능하다고 본다.
-- 작년 우승으로 투어 카드 2년 보장받은 것이 이번 우승에 힘이 됐다고 말했는데 이번에 5년을 받았으니 더 힘이 보태진 건가?
▲ 맞다. 투어 카드에 연연하면 플레이가 소극적이 된다. 작년 윈덤 챔피언십 우승으로 내년까지 투어 카드가 보장되어 있으니 이번 대회에서도 적극적으로 경기할 수 있었다. 앞으로 선두권에 나서면 한층 더 공격적으로 하겠다.
-- 시즌 초반에 허리 부상으로 고생했는데?
▲ 겨울 동안 몸 관리를 잘못했다. 겨울에 한국에서 친구들 만나고 노느라 그랬다. 추운 날씨도 한몫했다. 허리가 아프면 스윙이 헝클어진다. 나도 모르게 스윙을 이상하게 하게 된다. 시즌 초반에는 대회가 대부분 비가 오고 추운 날씨 속에서 열렸다.
-- 어떻게 극복했나?
▲ 지금은 다 나았다. 마침 허리 통증이 완치되면서 이 대회 우승이 나왔다. 처음에는 작년보다 나은 성적을 기대했다가 추락하니까 우울했다. 하지만 힘든 상황에서 빠져나오려고 연습에 매달린 게 특효였다. 코치(션 폴리)와 아버지께서 옆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 마사지사를 따로 고용해 몸을 관리한 것도 도움이 됐다.
-- 유명 선수들도 쩔쩔매는 17번홀에서 4라운드 내내 실수가 없었다. 비결이 뭔가?
▲ 핀이 없다고 생각하고 쳤다. 핀 위치를 염두에 두지 않고 티샷을 했더니 실수가 나오지 않더라.
-- 최경주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이다. 조언을 받았나?
▲ 연습 라운드를 하면서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 코스 설명은 물론이고 앞서고 있을 때와 추격할 때 플레이 요령 등 경기 운영 방법도 알려주셨다. 큰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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