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클레지오 "국경 뛰어넘는 문학은 가장 전위적인 예술"
다음주 서울국제문학포럼서 '작가와 시장' 주제로 발표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아마도 우리 시대 문학의 위대한 특성은 바로 문학의 영역이 이렇게 확장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개별성과 보편성이라는 낡은 이분법, 국가주의와 세계주의라는 이분법 속에서 보면 이러한 문학은 가장 전위적인 예술이다. 왜냐하면 번역과 각색, 요약판을 통한 문학의 보급은 국경의 한계를 뛰어넘기 때문이다."
프랑스 작가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는 인터넷 등 각종 매체를 통해 국경을 넘나드는 오늘날 문학 환경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르 클레지오는 23일 개막하는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에서 '작가와 시장'을 주제로 발표한다.
그는 미리 보내온 발제문에서 "언어와 문학 창작에서 이뤄지는 광범위한 보급이 우리 모두를 잠재적 인문주의자로 만들고 유용한 것과 덧없는 것을 좀더 효과적이고 명확하게 분리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200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르 클레지오는 유럽의 대표적 '지한파' 작가로 꼽힌다. 그는 소설 안에 "역사와 기억, 육체적 삶과 욕망, 그리고 꿈으로 이뤄져 현실과 섞이며 현실을 변화시키는 영감"이 있다며 한강의 '채식주의자'와 김애란의 풍자적 소설을 언급하기도 했다.
프랑스 평론가 앙투안 콩파뇽은 디지털 시대 종이책의 미래를 조심스럽게 낙관했다. '세계화·다매체 시대의 문학'을 주제로 발표하는 콩파뇽은 2011년께부터 정체 또는 하강기에 접어든 미국 전자책 시장을 예로 들었다. 그는 "보수적 성향을 지닌 독자층은 완전하고 이상적이며, 독자로 하여금 소유감과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고, 직접 만질 수 있는 대상인 종이책에 대한 충성심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너무 많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작가들은 문학작품이 보다 널리 유통되는 새로운 환경에서 독자에 대한 고민에도 나름의 대답을 내놨다.
중국 작가 위화(余華)는 '많은 사람들의 구미를 다 맞추기는 어렵다'(衆口難調)는 고사성어를 인용하며 "작가는 독자 한 사람을 위해 글을 쓸 수 있는데, 단지 한 사람만이라면 그 사람은 바로 자신"이라고 말했다. 일본 작가 히라노 게이치로(平野啓一郞)는 "과거의 독자가 내 작품을 읽을 수는 없지만 미래의 독자는 책을 손에 들지도 모른다"며 "나는 누구를 위해서 쓰고 있는가? 그것은 시장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나처럼 독서가 그 실존의 구원이 될 수 있을 누군가를 향해 하는 이야기"라고 썼다.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오염된 벨라루스에서 취재한 경험을 들려준다. 소말리아 작가 누루딘 파라는 고국이 영국의 지배를 받던 어린 시절을, 인도계 영국 작가 아미타브 고시는 인디라 간디 총리가 암살된 이후 인도에서 자행된 종파적 폭력을 되새기며 각자 문학의 근원을 찾아본다.
2011년에 이어 네 번째로 열리는 이번 포럼에는 10개국 13명의 외국 문호가 참석한다. 이들은 23일부터 사흘 동안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컨벤션홀과 세미나룸에서 한국 작가 50여 명과 함께 '우리와 타자', '작가와 시장', '세계화와 다매체 시대의 문학'을 주제로 발표·토론한다.
dad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