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뉴딜] ① '걸음마' 단계, 전국 46곳 지정 그쳐
[※ 편집자 주 = 문재인 대통령 당선으로 핵심 부동산 공약인 도시재생 뉴딜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 대통령은 기존 신도시 개발이나 재개발·재건축 방식에서 벗어나 5년간 50조원을 투입해 도시재생 사업으로 쇠퇴한 구도심을 살리고 뉴타운 해제지역 등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연합뉴스는 지금까지 추진해온 도시재생 사업 진행 과정과 국내외 성공적인 도시재생 사례를 짚어보고 앞으로 '문재인표 도시재생'이 어떤 식으로 나아갈 것인지 전망하는 기사를 3꼭지로 나눠 송고합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대통령 공약으로 주목받고 있는 도시재생은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서 점점 쇠퇴해가는 구도심을 자족도시로 살리기 위해 시작됐다.
종전 주거환경 개선이 신도시 개발이나 뉴타운, 재개발·재건축 등 수익성 위주의 사업 형태로 진행되면서 수익이 없는 낙후된 도심지역은 개발에서 배제되고 경제 기반이 취약해지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뉴타운·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됐다가 사업성이 없어 해제된 지역을 위한 별도 정비계획이 필요해지면서 도시재생이 그 대안으로 떠올랐다.
정부는 이에 따라 2009년 지역발전위원회에 도시재생 활성화 방안을 보고한 것을 시작으로 구체적인 지원 방안 마련에 돌입했고 2013년 6월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그해 12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 3년 반 동안 도시재생 사업지구 46곳 선정
기존 재개발·뉴타운이 전면 철거후 주택 및 기반시설을 건설하는 물리적 재생이라면 도시재생은 철거 대신 도로 등 필요한 기반시설을 지원하고 지역 특징에 맞는 주민 커뮤니티와 문화시설 등을 확충해주는 사회·경제적 재생이 추가된 개념이다.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를 융합한 패키지 형태의 지원인 셈이다.
정부는 2013년 말 법 시행에 맞춰 16개 부처 장관과 경제·산업·문화·복지·도시건축 등 각 분야의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도시재생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국가 차원에서 도시재생 사업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의 재정 지원을 통해 낙후된 지방 원도심(구도심) 개발에 '마중물' 역할을 하게 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노후도가 심각한 곳을 파악해 2014년 5월 처음 부산 동구 등 경제기반형 2곳과 서울 종로구 창신·숭인 등 근린재생형 11곳 등 13곳을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지정하고 국비 총 410억원의 지원을 결정했다.
경제기반형은 쇠퇴하는 도시의 경제활력 회복과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목적으로 노후 산업단지나 항만의 주변지역을 연계해 개발하는 재생사업이다.
근린재생형은 기존 재개발 사업처럼 낙후한 근린 주거지역의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지역 특색을 살려 침체된 중심시가지를 회복하는 사업이다.
2015년에는 국민주택기금의 명칭을 주택도시기금으로 바꾸고 도시지생의 기금 지원을 시작했다. 기존 지방세특례제한법(이하 지특법)상의 도시활력증진사업을 도시재생 범주에 포함해 사업의 범위도 확대됐다.
이러한 움직을 토대로 정부는 2015년 지자체 공모를 거쳐 2차 도시재생 사업지구로 경제기반형 5곳, 중심시가지형 9곳, 일반근린형 19곳 등 총 33곳을 선정해 현재 특별법상의 도시재생 사업지구는 총 46개로 늘었다.
정부는 이와 별개로 지역발전위원회와 함께 지방 주거 취약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재생사업인 '새뜰마을사업'도 추진해 총 68곳을 대상지로 선정해놓은 상태다.
도시재생은 정부보다 오히려 서울시가 적극적이다. 2012년부터 사업이 지지부진한 뉴타운의 지구지정을 해제했는데 해제지역을 정비할 만한 사업도구로 도시재생이 적합하다고 본 것이다.
서울시는 정부가 지정한 창신·숭인, 창동·상계 등 선도지역 사업 외에도 자체 예산을 들여 '서울형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중이다.
1단계로 13곳의 도시재생 활성화 지역을 선정한 데 이어 올해 2월에는 '서울형 도시재생' 사업지로 중심지재생지역 7곳, 주거지재생지역 10곳 등 17곳을 2단계로 선정해 도시재생을 본격화하고 있다.
◇ 예산 지원은 쥐꼬리, 범정부 '컨트롤타워' 부재
정부 지원을 본격화한 지 3년 반이 됐지만 도시재생 사업은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도입 초기여서 준비에 시간이 걸리고 사업을 주도해야 할 지자체와 주민들의 인식도 부족해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서수정 선임연구위원은 "뉴타운, 재개발과 같은 집만 짓는 물리적 사업도 최소 7∼8년 이상 소요되는데 주민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마을의 질적 소프트웨어를 개선하는 도시재생은 이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지난 3∼4년은 뚜렷한 성과를 내기 짧은 기간"이라고 말했다.
감질나게 꼭 필요한 공동시설만 제공해주는 도시재생보다는 여전히 고층 아파트 단지가 건설되는 종전 재개발·재건축 방식을 선호하는 주민들도 적지 않다.
서수정 선임연구위원은 "노후 주거지를 전면 철거하고 고층 아파트를 지어 수익성을 창출해온 재건축·재개발과 같은 사업 방식에 익숙해 있다 보니 지자체들도 주민의 역량을 키우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도시재생은 어려워한다"며 "지방에서는 실제 도시재생을 키워갈 현장 전문가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지원 예산이 적다 보니 '생색내기'에 그쳤다는 지적도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재생 예산은 도시재생사업 특별법에 의한 도시재생 예산 431억원과 지특법상 도시활력증진사업 예산 1천21억원을 합해 총 1천452억원에 그쳤고 올해 예산 역시 각각 480억원, 970억원 선으로 1천500억원에도 못미친다.
사업 규모가 큰 경제기반형의 경우 사업지별 지원 예산이 100억원 내외, 근린재생형은 20억∼30억원으로 도로 하나 건설하기도 어려운 금액이다.
국토연구원 이왕건 도시재생연구센터장은 "도시재생은 장기사업으로 예산이 꾸준히 들어와야 하는데 사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성과도 더디다게 나타나면서 충분한 예산을 지원받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도시재생에 많은 예산을 쓰고 있는 서울시를 제외하고 재정자립도가 낮은 다른 지자체에서는 도시재생 사업 추진이 쉽지 않다.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 부재도 문제다.
도시재생특위가 총리실 산하에 마련돼 있지만 지난 정부의 국가적 어젠더가 아니어서 힘이 실리지 않았고 부처 간 융복합 노력도 부족했다는 것이다.
단국대 조명래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도시재생은 단순히 집만 짓는 게 아니라 주민 커뮤니티 구성,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술개발, 마케팅 지원 등을 위한 여러 부처의 업무가 얽혀 있어 특별법을 관장하는 국토부 혼자의 힘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며 "범정부 차원의 관심과 협업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국토연 이왕건 센터장은 "도시재생 사업은 뉴타운·재개발과 같은 철거형 사업이 아니고 기존 도시를 유지하면서 주민들의 정착도 배려해야 하는 난이도가 높은 사업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여러 부처 간 융복합이 뒷받침돼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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