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文정부 출범 후 첫 미사일 도발…文대통령 "단호히 대응"(종합3보)
고각 발사 후 700여㎞ 비행, 성공 추정…"정상발사시 사거리 5천~6천㎞"
日 "고도 2천㎞ 넘어"…美 알래스카 사정권 ICBM·신형미사일 가능성
대화 국면 전환 앞둔 '기선제압용'…새 정부 대북정책 첫 시험대 올라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북한이 문재인 정부 출범 나흘 만인 14일 새벽 탄도미사일 1발을 전격적으로 발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하고 북한의 도발에 강한 경고메시지를 보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은 오늘 오전 5시 27분께 평안북도 구성 일대에서 불상의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비행 거리는 700여km로, 추가 정보에 대해서는 한미가 정밀 분석 중"이라며 "우리 군은 북한군의 도발 동향에 대해 예의주시하면서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시험발사는 비행 거리와 시간 등으로 미뤄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일본 방위상은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의 고도가 2천㎞를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신형 미사일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이번에도 발사각을 최대한 끌어올린 고각 발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미사일의 고도가 2천㎞를 넘은 것은 처음이다.
군사전문가들은 북한 미사일의 비행 궤적을 토대로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이 KN-08과 KN-14 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그에 준하는 신형 미사일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비행 궤적만 보면 정상 각도로 발사할 경우 사거리가 5천∼6천㎞는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탄도미사일 사거리가 5천500㎞를 넘으면 ICBM으로 분류된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사거리가 5천∼6천㎞일 경우 미군기지가 있는 괌뿐 아니라 미국 본토인 알래스카주(州)를 타격할 수 있다.
북한이 이번에 ICBM 시험발사에 성공했을 경우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갖춰 유사시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력 제공을 차단하는 등 한미동맹을 와해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북한이 미사일을 쏜 평북 구성은 평양 북쪽으로 약 100㎞ 떨어진 내륙으로, 올해 2월 12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인 '북극성 2형'을 시험발사한 곳이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지난달 27일 구성에 있는 방현비행장 북쪽에서 북극성 2형 발사에 쓰인 것과 종류가 같은 이동식발사대(TEL)가 인공위성 사진에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북한이 이번에 쏜 미사일은 북극성 2형과는 다른 신형 미사일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달 16일과 29일 신형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1발씩 쐈지만 모두 공중 폭발로 실패했다. 북한이 거듭된 실패를 통해 문제점을 보완하고 이번에 신형 미사일 발사에 성공했을 수 있다.
북한이 올해 들어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한 것은 이번을 포함해 7차례에 달한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문 대통령의 취임을 계기로 남북간 대화가 시작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달 8∼9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국장이 미국 측과 '1.5 트랙' 대화를 하는 등 북미관계에도 변화 기미가 나타나고 있다.
한반도 정세 변화가 예상되는 분위기에서 북한이 전격적인 미사일 발사로 어깃장을 놓은 것은 일종의 기선 제압으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탐색하고 앞으로 열릴 남북, 북미 협상 테이블에서 '몸값'을 올리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CVN 70)가 동해에서 우리 해군과 연합훈련을 하고 있는 시기에 이뤄진 것으로, 미국의 압박에도 제 갈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막일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미국의 압박에 공조하는 중국에 대한 반발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포럼에는 김영재 대외경제상이 이끄는 북한 대표단도 참석했다.
북한의 의도가 무엇이든, 이번 미사일 발사는 박근혜 정부와는 다른 새로운 대북정책을 준비 중인 문재인 정부에 만만치 않은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NSC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으로 규정하고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북한이 오판하지 않게 도발에 대해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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