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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이란 대선 유세장…보라색 히잡 여성들 로하니에 열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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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이란 대선 유세장…보라색 히잡 여성들 로하니에 열광

"로하니, 이란 자존심 세웠다"…콘서트장 연상케 한 유세장 열기

로하니 지지자들, 개혁파 무사비·하타미 연호하며 세 과시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그들은 몹시 간절해 보였다.

이란 대통령 선거일이 꼭 닷새 남은 13일(현지시간) 오후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유세가 열린 테헤란 아자디 실내 경기장에 모인 3만여 지지자의 함성으로 터져나갈 것만 같았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연임에 도전한다.

서방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경직된 사회 분위기와 종교적 관습 탓에 일상에서는 되도록 큰 소리를 내지 않는 이란인을 봐 온 터라 이런 열광적 분위기에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지지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팔을 공중으로 최대한 높이 뻗어 'V'자를 그렸다. 로하니 대통령의 기호 2번을 뜻한다.

그들의 팔목엔 보라색과 초록색 리본이 묶여 있었다.

보라색은 로하니의 상징색이고 초록색은 2009년 대선에서 강경 보수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에게 석연치 않게 패한 개혁파 인사 미르 호세인 무사비를 뜻한다.

로하니 대통령은 개혁·중도파의 일방적 지지를 받고 있다. 특히 젊은층과 여성, 도시 거주자, 고학력자가 그의 지지 기반이다.

이날 유세 행사에도 절반 이상이 여성으로 보였다.

이란은 여성의 사회 활동이 제한적이라고 비판받는 곳이지만, 이날 만큼은 대선의 주인공이 여성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이들은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목청껏 구호를 외치고 손을 흔들었다.

경쾌한 리듬의 로하니 대통령 선거운동 주제가 '나는 이란에 산다'가 나오자 콘서트장처럼 장내가 달궈졌다.

여성들은 의무적으로 써야 하는 히잡도 보라색과 초록색으로 둘러 로하니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과시했다.

매니큐어마저 보라색과 초록색을 번갈아 칠한 여성도 꽤 많이 눈에 띄었다.

여대생 마리얌(22)씨는 "로하니 대통령은 이란의 자존심을 세웠다. 세계 어느 나라도 이제 이란을 예전처럼 나쁘게 보지 않는다. 여성의 권리를 위해서라면 그에게 투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연임이 무난해 보였으나 최근 보수파 유력 후보 2명의 추격에 지지율 격차가 빠르게 좁혀졌다.

이란 대선은 결선투표제가 있는 탓에 로하니 대통령이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에 못 미치면 당선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보수파 후보들의 지지율을 합하면 50%가 넘는다는 게 현지의 분위기다.

마음이 급해진 지지자들은 자발적으로 길거리에서 그의 유인물과 사진을 나눠주면서 유권자에게 호소하고 있다.

이런 위기감 탓인지 이란에서 한 주의 시작인 토요일인데도 이번 대선 선거운동에서 최다 인파가 모였다.


로하니 대통령만 이 유세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개혁파 정치인 무사비와 이란 개혁파의 '대부'격인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의 사진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들 두 정치인은 현재 가택연금 상태로 언론이 이름이나 사진, 영상을 보도하면 처벌된다.

그런데도 로하니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이들 '금기 정치인'의 얼굴이 대형 전광판에 나올 때마다 아이돌 스타가 등장한 것처럼 뜨겁게 함성을 질렀다.

유세 사회자는 "호세인(무사비)이라고 선창하면 여러분도 따라 해 주십시오"라면서 분위기를 돋웠다.

3만여 지지자들은 한목소리로 "미르 호세인"을 외쳤다.

무사비의 사진을 띄운 스마트폰을 높이 든 알리 레자(29) 씨는 "로하니가 당선되지 못하면 이란은 다시 10년 전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로하니가 결선투표에 가지 않고 1차에서 과반 득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혁 성향의 유권자들이 모인 만큼 현수막의 구호도 이란의 현 상황에 비춰볼 때 '급진적'인 내용이 많았다.

'이란 헌법은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보장한다', '무사비를 석방하라'는 현수막을 들고 기자들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정치인뿐 아니라 로하니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란 연예인, 축구스타도 등장해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았다.

한국 대선 유세장과 마찬가지로 스마트폰 플래시를 켜고 수만 명이 함께 흔들어 장관이 연출되기도 했다.

여대생 소마이예(20) 씨는 한국에서 온 기자라고 밝히니 "한국에서도 개혁파 대통령이 당선됐다고 들었다"면서 "이란도 한국처럼 젊은 세대가 원하는 대통령이 뽑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이란 대선은 로하니 대통령과 성직자 출신의 유력 보수 후보 에브라힘 라이시, 모하마드 바게르 칼리바프 테헤란 시장의 3파전 양상이다.

로하니 대통령은 핵합의안의 경제적 성과와 인권 신장을 내세워 연임을 노리는 반면, 보수 후보들은 핵 협상으로 오히려 경제가 침체했다면서 현 정부의 '약점'인 실업 문제를 파고들어 정권 교체를 주장하고 있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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