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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흡연 심각] "앞서가던 사람의 담뱃불이 7세 내 아들 얼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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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흡연 심각] "앞서가던 사람의 담뱃불이 7세 내 아들 얼굴에"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 7살짜리 아들이 있는 주부 권모(33·서울 서대문구) 씨는 최근 아들과 함께 길을 걷다가 아찔한 경험을 했다.


앞에서 걸어가면서 담배를 피우던 중년 남성이 손에 쥐고 있던 담뱃불이 바로 뒤에서 걷고 있던 아들의 볼에 닿으면서 아들이 "앗, 뜨거!"하고 외마디 비명을 질렀기 때문이었다.

놀란 권 씨가 남성에게 "길을 가면서 담배를 피우면 위험하지 않느냐"고 따졌지만 이 남성은 사과는커녕 "애를 잘 간수해야지 왜 위험하게 바로 뒤에서 걷게 놔두느냐"고 오히려 권 씨에게 책임을 돌렸다.

권 씨는 울화통이 터졌지만 말이 통할 것 같지 않은 상대한테 더 따져봐야 험한 꼴만 당할 것 같아 감정을 억누르고 인근 약국을 찾아 화상에 필요한 응급처치를 했다.

최근 주위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보도에서 걸어가면서 담배를 피우는 '비매너 흡연자'가 늘어나면서 권 씨처럼 뜻하지 않은 피해를 보거나 간접흡연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보행흡연은 불법이 아니어서 많은 사람들이 간접흡연 피해를 보더라도 별달리 호소할 데가 없는 실정이다.

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건강증진법상 대형건물이나 음식점, 학교, 보육시설, 공연장 등 상당수 실내 공간은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있지만 보도와 같은 실외 공간은 각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금연구역을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3월 말 현재 학교와 학원, 어린이집, 관공서, 의료기관, 도서관, 음식점 등 총 23만917개 실내 시설을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또 자체 조례를 통해 학교 주변과 어린이 놀이터, 주유소 및 충전소, 버스 정류소, 지하철 입구, 공원 등 총 1만7천515개소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최근에는 서울 강남대로, 인사동길, 교보생명과 KT 광화문빌딩 및 광화문 D타워와 KT 광화문빌딩 사잇길같이 특정 거리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사례도 확대되는 추세다.

하지만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곳 이외의 실외 공간에서는 사실상 흡연이 허용된 셈이다 보니 대부분 지역에서 길을 걸어가면서 담배를 피우더라도 제재할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보행흡연을 못 하게 하려면 실외 공간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해야 하는데 세계적으로도 그런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지금처럼 실외 금연구역을 점차 확대해나가는 방식이 그나마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웃 일본에서는 2001년 도쿄(東京) 중심가 길거리에서 흡연을 하던 남성의 담배 불똥이 뒤에서 걷던 어린아이의 눈에 닿아 실명한 사건 이후 대부분 지자체에서 길거리 흡연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길거리 흡연을 하다 적발되면 지역에 따라 2천엔(약 2만원)에서 2만엔(약 2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원래 일본은 선진국 중에서 흡연에 가장 관대한 나라였으나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음식점에서 흡연을 하다 적발되면 3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 이후 점차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그러나 커피숍 등 상당수 실내 공간에서 여전히 흡연이 가능한 일본의 사례를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 건강증진과 장수 주무관은 "일본은 여전히 적잖은 실내 공간에서 흡연을 허용하고 있어 대부분의 실내 공간에서 금연이 원칙인 우리와 차이가 있다"면서도 "실외에 흡연구역을 많이 설치하는 일본의 사례를 우리가 참고할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우리와 달리 실내나 실외 공간에 흡연구역을 많이 지정해놓고 그 이외의 곳에서는 금연을 유도하도록 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보행흡연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금연구역이 점점 확대되면서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가는 흡연자들이 이리저리 밀리다 못해 결국 흡연규제가 없는 보도에서 피우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는 견해도 있다.

법이나 규제만으로 간접흡연 피해를 예방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에티켓 캠페인을 통해 타인을 배려하는 쪽으로 시민의식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립암센터 부속병원 암예방검진센터 전문의인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은 "실외 공간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모든 것을 다 법으로 규제하기는 어렵고 선진국 시민으로서의 교양과 시민의식을 높이는 쪽으로 에티켓 운동을 벌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passi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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