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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체장애 1급교사의 첫 스승의날…"'할 수 있다' 희망줘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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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체장애 1급교사의 첫 스승의날…"'할 수 있다' 희망줘 뿌듯"

덕수중 박성욱 교사…등굣길 지도하고 비트박스·랩 동아리 이끌어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기자 = "스승의 날을 앞두고 한 학생이 편지를 썼는데, 휠체어 탄 장애인이 교사를 하고 비트박스를 할 수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저를 보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대요. 저 교사 되길 참 잘했죠?"

교사 임용 후 처음 맞는 스승의 날을 앞둔 박성욱(24)교사를 지난 12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중 3층에 있는 박 교사 전용 교실에서 만났다.

박 교사는 지체장애 1급 중증 장애인으로는 처음으로 서울 지역 임용시험에 합격해 올해 3월부터 이곳에서 1학년 4개 학급에 국어 교과를 가르치고 있다.

휠체어에 온몸을 결박하고 목에 쿠션을 받친 모습의 새내기 교사는 시종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유쾌한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근위축증을 앓아 사지를 움직일 수가 없다. 온 몸을 휠체어에 의존하고 있으며 출근은 어머니가, 학교 내 이동은 도우미가 도움을 준다. 척추가 약해 일과시간 중 한번은 누워야하는데, 박 교사의 어머니가 이를 돕는다.

박 교사는 임용시험 합격의 기쁨도 잠시, 첫 출근을 앞뒀을 때만 해도 오만 걱정으로 눈앞이 캄캄했다고 한다. 교사는 학생들과의 관계 형성이 가장 중요한데, 학생들이 자신과 친하게 지내줄 지가 가장 큰 걱정이었다.

그는 "학생들을 직접 만나보니 그런 걱정은 싹 날아가더라"라면서 "지금은 학생들과 서로 농담도 하고 대화도 많이 나누는 친밀한 사이가 됐다"고 말했다.

박 교사는 "스승의 날을 앞두고 학생들이 쓴 편지를 읽는데, 편지지에 감사의 마음을 서투르지만 한글자 한글자 적어 내려간 것들을 보니 겉으로는 잘 몰랐던 학생들의 또 다른 진심이 느껴져 뭉클하고 뿌듯했다"고 전했다.






신체적 장애로 판서는 할 수 없지만, IT에 익숙한 20대 답게 특수마우스를 이용, 파워포인트와 동영상 등으로 오히려 더 재미있게 수업을 진행한다.

몸이 불편한 선생님을 위해 학생들은 과학시간에 과학실에 가듯 국어시간이 되면 박 교사의 교실로 이동해 수업을 듣고 있다.

앞으로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은지를 묻자 그는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재미있고 수업을 정말 잘하는 선생님, 학생들에게 공감해줄 수 있는 선생님"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창 예민할 시기인 학생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면서 힘을 줄 수 있는 선생님이 될 것"이라며 "내가 학창시절 좋아했던 선생님들도 그런 선생님들이었다"라며 웃었다.

서강대에서 국문학·심리학을 전공한 박 교사는 재학 시절 흑인힙합 동아리 활동을 한 경험을 살려 부임 후 교내 힙합·비트박스 동아리도 만들었다. 1∼3학년 학생 7명이 활동 중인데, 가을 학교축제 때 이들이 무대에 오르도록 하는 것이 꿈이다.

학생 지도를 하는 '생활안전부'에서 근무 중인 박 교사는 여느 교사처럼 매주 목요일마다 아침 등굣길 지도도 직접 하고, 가끔은 엄한 선생님으로 변한다.

박 교사는 "다른 교사들과 똑같이 교문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인사도 하고 명찰 등을 갖추고 오지 않으면 생활지도도 한다"며 "수업 중 시끄럽게 떠들거나 친구들에게 상처 주는 학생들을 혼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나이가 지긋하게 든다 해도 정말 재미있는 선생님이고 싶어요. 제자들이 스승의 날 마다 '아, 정말 재밌는 선생님이었지?' 하면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선생님이었어'라고 절 떠올릴 수 있도록 힘껏 최선을 다할 거예요."






se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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