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나 떨고 있니"
'국립대 연합' 공약 '서울대 폐지론'으로 이어질까 우려 커져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국립대 연합'을 만들어 학생 선발과 학위 수여를 공동으로 하는 공약을 제시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서울대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 등에서 지역거점국립대를 집중 육성해 국립대 간 연합 네트워크 구조를 만든 다음 학생선발과 학위수여를 공동으로 할 수 있는 '국립대 연합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일부 서울대 구성원들은 이런 국립대 연합 정책이 현재 '국립대학법인 서울대'를 '국립대 연합 서울캠퍼스'로 바꾸는 이른바 '서울대 폐지 정책'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현 대학서열을 깨려고 국립대 연합을 추진하면서 서울대를 빼놓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대를 포함한 연합이 실제 만들어지면 학생선발·교육·학위수여 등 대학 주요기능을 서울대 단독으로 할 수 없어 독립된 학교로서 서울대는 없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이 국립대 연합을 서울대 폐지로 풀이하는 주된 이유다.
11일 서울대생 온라인커뮤니티 스누라이프를 보면 한 학부생의 국립대 통합정책 폐지 요구 연서명 제안이 인기 글로 올라있다.
이 학생은 "고등교육기관 80%가 사립대인 상황에서 국공립대 통합정책은 대학 서열화를 해소하지 못하고 사립대 중심으로 서열을 재편할 뿐"이라며 서울대와 구성원들에게 영향이 큰 이 정책에 총학생회가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학생회도 이 문제를 논의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확정되지 않은 일에 과잉반응하지 말자는 학내의견도 많다.
서울대가 가진 특수성을 고려하면 폐지에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므로 쉽게 추진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대응을 최대한 자제하자는 쪽에 힘을 싣는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대담집 출판기념회에서 "서울대를 폐지하자는 것이 아니라 지방 국공립대까지 모두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올리자는 것"이라며 자신의 공약이 '서울대 폐지론'으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또 지난 3월 교육공약을 발표하며 대학서열 타파 정책으로 '지역 국립대 육성'을 강조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내는 '10대 공약'에 국립대 연합과 관련된 내용은 포함하지 않기도 했다.
다만 문 대통령이 국립대 연합 정책을 포기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정책공약집에는 다소 표현이 모호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대학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대학 서열화 완화 및 대학경쟁력 강화' 항목 아래 "국공립대 공동운영체제로 대학들의 자발적 고등교육 혁신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이 실렸다.
문 대통령은 당선 이후 구체적인 대학정책을 아직 내놓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국립대 연합에 관한 서울대 입장도 뚜렷하지 않다.
학내구성원들 사이 '반감'은 감지되지만 공식적으로 드러난 것이 없다.
앞서 성낙인 총장은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서울대 폐지'와 '국공립대 네트워크 구축' 등의 주장에 대해 "생각이 다르다"면서 과거 노무현 정권 때도 서울대 폐지론이 나왔다가 사그라들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당시 성 총장은 "서울대는 프랑스 그랑제콜(대학과 별개인 소수정예 인재를 키우는 고등교육기관)에 해당한다"면서 소르본대학을 '파리1대학'으로 바꾸는 등 프랑스식 대학 평준화를 국내에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뜻도 내비쳤다.
강도가 센 발언이지만 논란이 되는 일에 질문이 들어오자 평소 생각을 답변한 수준에 그친다고 볼 여지도 크다.
서울대 관계자는 "서울대 정부지원을 축소하고 이를 다른 국립대로 돌리는 등 정책은 몰라도 폐지하는 등 정책은 실현 가능성이 작다"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지 않았는데 서울대가 먼저 대응에 나서기는 어렵다"면서 "새 정부 교육정책이 나오면 서울대는 국립대학법인으로서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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