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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맘껏 두드려" 북으로 '중2병' 다스린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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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맘껏 두드려" 북으로 '중2병' 다스린 선생님

청평중 고선화 교사…전국 1호 '세로토닌 드럼클럽' 창설

"북 쳤더니 질풍노도 겪던 학생들 스스로 진로 찾아"

(가평=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경기도 가평 청평중학교는 학생들의 북 치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 곳으로 유명하다.

대형 북을 치는 동아리 '세로토닌 드럼클럽' 학생 25명은 방과 후만 되면 북을 치면서 하루 동안 쌓인 학업 스트레스를 풀고 마음껏 에너지를 발산한다.

청평중학교 학생들이 처음 북을 치기 시작한 것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을 관리하던 고선화(56·여) 수석교사는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던 '중2병'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고 교사는 14일 연합뉴스 전화통화에서 "중학교 시절은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힘든 시기다. 이 시기만 잘 넘기면 멋지게 클 텐데, 무엇을 해주면 도움이 될 지 고민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던 차 모 방송사 다큐멘터리가 소개한 경북의 한 중학교 사례에서 '해답'을 찾았다.

그는 "학생들에게 북을 치게 했더니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는 방송을 보고 '세로토닌 드럼'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심장 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내는 북을 치면 학생들의 마음이 편안해져 세로토닌이 분비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믿음으로 '북 치는 동아리'를 구상했다.

뇌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은 '안정'과 '행복'을 느끼게 하는 물질이며,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우울증, 불안증이 생길 수 있다.

마침 같은 뜻을 가진 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를 알게 됐고, 대기업의 후원으로 대형 모둠북을 기증받아 전국에서 첫 번째로 세로토닌 드럼클럽을 학교에 유치하게 됐다.

학생들을 교실에 남겨 자율학습을 시키며 공부만을 강조하는 대신 북을 치게 했더니, 질풍노도 시기를 어려워하던 학생들이 마음의 안정을 찾고 스스로 진로를 찾기 시작했다.






한 남학생은 열심히 공부하더니 간호학과를 선택해 얼마 전 대학에 들어갔다.

드럼클럽을 거쳐 간 학생들은 고 교사에게 종종 '이 북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올해로 6년째 세로토닌 드럼클럽을 운영하는 고 교사는 "학생들이 전국단위 대회에서 우승도 하고 아시안게임 폐막식 등 다수의 공연봉사를 다니면서 자신감을 얻어 소위 '중2병'을 극복하고 자아를 발견하게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제 영향이 컸다기보다 아이들이 자라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봐 준 것일 뿐"이라며 "아이들의 에너지가 살맛 나게 해준다. 오히려 제가 도움받고 있다"고 자신을 낮췄다.

그는 "학생들이 중학교 시절을 무사히 보내도록 하는 게 제 목표"라며 "아이들의 행동을 보고 평가하는 대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봐준다면 아이들은 멋지게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young86@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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