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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섭 "난 집에서 외계인이었다…혼자가 너무 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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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섭 "난 집에서 외계인이었다…혼자가 너무 편해"

KBS '살림하는 남자들2'로 화제의 중심…"날 다 보여줘 속이 시원"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이 길이 내 길인 가봐요. 몇십년 혼자 산 것처럼 편안하고 익숙해요. 같이 살면 아무래도 마누라 눈치도 보게 되고…. 진짜로 편해요. 마음이 편하고 원망도 미움도 사라지니까 정신적으로 간결해졌어요."

'졸혼'(卒婚) 얘기는 하지 말자는 당부가 있었다. 하지만 대화의 절반 이상이 자연스럽게 '졸혼'과 관련돼 흘러갔다. 그렇다고 인터뷰 후 '편집'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연기생활 52년의 백전노장이다. 올해 나이 일흔셋. 백일섭은 모든 수를 다 염두에 두면서도 물 흐르듯 이야기를 토해냈다.

그는 지난 2월부터 KBS 2TV '살림하는 남자들2'를 통해 자신의 사생활, 개인사를 모두 보여주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졸혼' 이후 혼자 사는 삶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그를 보며 오히려 시청자가 "이렇게까지 해도 되나?" 물을 정도다.

백일섭을 최근 이태원에서 만났다. 그는 방송에 함께 출연 중인 5개월 된 애완견 제니를 데리고 나왔다. 인터뷰 내내 사방에 뛰어다니는 제니를 흐뭇하게 바라본 그는 "쟤 때문에 하루가 어찌 가는지 모른다"며 "제니 덕에 사랑을 주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 "졸혼이 뭔지 몰랐다…원망도 미움도 사라져"

"난 졸혼이 뭔지도 몰랐어요. 그냥 별거 아닌 걸로 생각했는데 이렇게 화제가 될 줄 몰랐어요. 내가 역마살도 있고 해서 이제 집에서 나와 살고 싶다고 한 거였는데 그게 바로 '졸혼'이라고 하더라고요. 방송을 앞두고 굉장히 우려를 많이 했어요. 혹시 거부감을 갖는 분들이 있을까 봐. 그런데 웬걸 반응이 좋더라고요. 옛날보다 팬이 더 많이 생겼어요. 특히 아줌마들이 부러워하더라고요."

일흔셋의 나이에 혼밥, 혼술, 혼잠을 하는 게 마냥 즐겁지만은 않을 듯한데, 돌아온 답은 정반대였다.

"사실 집에 있을 때부터 오랜 기간 아내와 대화가 단절됐어요. 밥도 밖에서 먹고 들어가고. 술 마시고 들어가는 날이면 '나 언젠가 말없이 나갈거다'라고 예고하다가 그걸 결국 실행에 옮긴 거죠. 너무 편해요. 아들하고도 오해했던 부분이 풀리면서 관계가 좋아졌어요. 이번에 방송하면서 아들과 처음으로 깊은 대화를 해봤어요. 며느리랑 따로 밥도 먹어봤고. 그동안은 바쁘기도 했고 내가 집에서 어울리지 못하는 외계인이었어요. 아이들은 커가면서 아버지는 참 무서운 존재라는 생각만 했던 것 같아요. 난 해 달라는 것 다 해주면서 아쉬운 거 없이 키웠다고 생각했는데…. 집에서는 나왔지만 난 변한 게 없어요. 그대로죠. 애들에 대한 사랑도."

그는 졸혼을 하면서 딸과 절연한 사연도 방송에서 공개했다.

"딸과의 관계도 언젠가는 좋아질 거라 믿어요. 딸이 애 셋 낳고 잘 살고 있는데…. 딸과의 이야기도 어떻게 풀어낼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혼자 생활하는 것에 불편한 게 있다면 설거지.

"설거지가 제일 귀찮긴 해요. 여자들의 고통도 알겠고. 처음에는 설거지를 쌓아놓았는데 이제는 요령이 생겨서 그날 나온 설거지는 그날 꼭 하려고 해요. 이틀에 한번씩 도우미 아줌마가 오고 며느리도 도와주니 다른 것은 다 편해요."




◇ "있는 그대로의 날 보여줘 속 시원"

그는 졸혼과 관계된 이야기뿐만 아니라 평탄하지 않았던 성장과정도 방송에서 공개했다. 4남매의 장남인 그에게 엄마가 세 분이라는 사실이 이번에 알려졌다. 동생들의 어머니가 다른 것이다.

"이번에 방송을 통해 동생들과 처음으로 오랜 시간을 같이 있어 봤고 얘기도 많이 해 봤어요. 40여년 교류가 없었는데 처음으로 여행도 간 거였죠. 그동안은 아버지 제사 때도 동생들이 한 번도 안 왔는데, 내년부터는 아버지 제사 때 다 모이기로 했어요. 굳이 밖으로 얘기할 필요는 없었지만 항상 마음에 걸렸던 부분이었는데 이번에 내 모든 것을 다 보여줘서 이제는 속이 다 시원해요."

그는 이처럼 방송에서 가정사를 공개하는 것에 대해 "그게 일상생활이니까 안 보여줄 수가 없다. 완전히 묻어버릴 수가 없다"고 담담히 말했다.

하지 않아도 됐을 아픈 이야기를 다 해버렸지만, 그는 방송을 통해 얻은 것도 많아 보였다. 아들, 이복동생들과의 관계 회복도 그렇고, 애완견을 통해 얻은 기쁨도 크다. 그가 애완견 제니를 키우게 된 것도 '살림하는 남자들2'를 위해 낸 아이디어였다.

"원래 개를 좋아했지만 사랑할 줄은 몰랐어요. 묶어 놓기만 했지 산책을 시키거나 잘해주지는 못했어요. 허리가 아파서 쉬는 동안 TV에서 동물 프로그램을 많이 봤는데 개를 한번 키워볼까 싶더라고요. 마침 '살림하는 남자들'을 하게 되면서 강아지를 분양받는 것부터 한번 찍어보자고 아이디어를 냈죠. 제니가 없었으면 너무 적적했을 것 같아요. 제니로 인해 생활의 패턴이 많이 바뀌었어요. 술 마시더라도 빨리 들어가고 싶고 제니를 돌보는 일에 성실하게 되죠. 관심을 갖게되니까 사랑하게 되더라고요."





◇ "'꽃할배'로 카메라에 단련…앞으로 더 보여줄것"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은 경험에서 오는 여유와 자신감으로 무장했다. 그는 자신의 집에 카메라를 더 설치하라고 제작진에게 요구했다. 어떻게 하면 걸러진 것만 방송에 내보낼까 고민할 것 같은데 정반대다.

"실제 생활하는 것을 보여주려면 카메라가 더 필요할 것 같아요. 그래야 움직임을 더 많이 잡아주지. 그렇지 않으면 경직된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데 그건 무의미해요. 내가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많이 내요. 그림적인 부분이 아니라 내용적인 면으로. 이왕 하기로 한 거 제대로 해야죠."

그가 자신을 관찰하는 카메라에 익숙한 것은 tvN '꽃보다 할배' 덕분이다.

"'꽃보다 할배'를 4편 찍으면서 24시간 사방에서 카메라가 돌아가는 것에 적응했어요. 그땐 잘 때도 옷 갈아입을 때도 찍었으니 단련이 됐지. 이젠 카메라 앞에서 스스럼없이 움직여요."

1965년 5월 KBS 공채 5기 탤런트로 출발한 백일섭은 데뷔하자마자 정상의 인기를 얻었고, 중년 이후에도 MBC TV '아들과 딸'을 비롯해 '육남매'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엄마가 뿔났다' '솔약국집 아들들' '오작교 형제들' '빛과 그림자' 등을 통해 '명성'을 이어왔다.

그는 "내가 지금껏 드라마도 예능도 실패한 게 없다. 거기서 오는 자신감도 있고, 아이디어도 많다. 술 한잔 하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며 웃었다.

"'살림하는 남자들'의 경우는 드라마보다 더 리얼한 드라마죠. 50여년 드라마를 통해 보여준 백일섭보다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거잖아요. 앞으로 더 보여줄 거에요. 프로그램이 좀 떴다고 하니까 더 열심히 하려고요.(웃음)"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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