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사실상 깬 미-유럽 FTA 협상 유럽서도 암초에 걸려
유럽재판소 "반대 시민단체 청원 접수 거부한 EU 조치 부당"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사실상 중단된 상태인 미국·캐나다와 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이번엔 유럽 쪽에서 제동이 걸렸다.
유럽 전문매체 EU옵서버 등에 따르면, 유럽사법재판소(ECJ)는 10일(현지시간) EU와 미국·캐나다 간 '범대서양무역투자협정'(TTIP) 및 포괄적 경제무역협정(CETA)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TTIP 중단' 등의 청원서 접수를 거부한 EU 집행위원회 조치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이 단체는 TTIP와 CETA에 반대하는 시민 300여만 명의 서명을 받아 청원서를 제출했으나 EU 집행위는 이미 진행 중인 국제적 협상이라는 법적 행위이므로 다툼의 소지가 없는 것이라며 접수 자체를 거부했다.
그러나 ECJ는 판결에서 EU의 기본 가치 중 하나인 민주주의 원칙과 유럽 시민들의 청원 목적에 대해선 폭넓은 해석이 필요하다면서 "TTIP 협상은 EU의 법적 질서를 명백하게 변동시킬 것이어서 다툼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ECJ는 이어 이미 많이 진행된 무역 협상이 대중 청원으로 인해 방해받을 경우 문제가 많다는 집행위 주장을 기각하고 "이런 청원 운동은 시민들이 EU의 가치인 자유로운 삶에 더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정당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당초 EU 집행위가 접수를 거부한 것은 자의적이며 정치적인 판단에 불과했으며, 집행위는 신자유주의적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생각이 없었다"면서 ECJ 판결은 유럽 민주주의를 위해 환영할 일이라고 밝혔다.
EU 집행위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거나 100만명 이상 서명한 청원이므로 의회 공청회 등의 절차를 밟아 TTIP 추진 여부를 재검토해야 하지만 어떤 쪽으로 결정하든지 간에 실질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어졌다.
재판 진행 과정에 이미 지난 2월 CETA가 비준된데다 TTIP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 측 변심으로 사실상 협상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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