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가뭄 비상'…공업용수까지 끌어다 쓴다
'경기미' 여주·이천 모내기도 힘들어 …가뭄 극복 안간힘
(여주=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대표적인 '경기미' 재배지역인 경기 여주시와 이천시가 계속되는 가뭄에 농민들이 모내기를 하지 못하게 될 처지에 빠지자 기업체 공업용수를 빌어다 쓰거나 관정개발에 전력하는 등 가뭄 극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여주시 점동면 당진1리·2리, 현수1리, 성신1리, 장안1리, 도리 지역 농민들은 최근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 간다.
남한강 물줄기인 청미천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농업용수가 부족해져 이달 말까지 완료해야 할 모내기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여주지역 강수량은 올해 1∼4월 평균 81.3㎜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강수량 163.8㎜의 50% 수준이다.
이에 농민들은 여주시에 긴급 도움을 요청했고, 이에 원경희 여주시장이 지난 4일 점동면과 인접한 충북 음성군 감곡면에 있는 동부하이텍을 찾아가 사용하고 남은 공업용수를 점동면 지역 농가에 안정적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해 승낙을 받았다.
동부하이텍은 여주시가 1997년 점동면 남한강 물을 공업용수로 사용하도록 허가를 내줘 남한강 물을 관로를 통해 공장까지 끌어다 쓰고 있었다.
이전에도 농업용수가 부족하면 여주시 점동면 지역 농가가 조금씩 공업용수를 지원받았지만, 올해에는 워낙 가뭄이 심해 농민들이 더욱 많은 공업용수를 원했다.
여주시와 동부하이텍의 합의로 점동면 지역 농민들은 지난 7일부터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공업용수를 끌어다 논에 물을 대면서 어느 정도 해갈하게 됐다.
여주시 흥천면 상대리, 다대리, 하다리, 귀백리, 상백리 지역 농민들은 한국농어촌공사의 도움을 받아 농업용수를 확보하고 있다.
애초 이천시 백사면·신둔면, 여주시 흥천면을 대상으로 한 농어촌공사의 농촌용수개발사업이 2020년 준공될 예정이지만, 가뭄이 심하자 급수관 설치공사가 완료된 지역 먼저 농업용수를 조기에 공급하게 됐다.
'임금님표 이천쌀'로 유명한 이천시도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4월 말 현재 262㎜ 누적 강수량을 보인 이천시는 그러나 올해 같은 기간에 비가 96㎜밖에 오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지하수도 고갈돼 293개 관정 가운데 30개가 물이 나오지 않거나 펌프가 고장 나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이달 말까지 모내기를 해야 하는 농가의 아우성이 커지자 이천시는 시비 8억4천만원을 긴급히 투입해 관정 20개소를 급히 개발해 지난달부터 농업용수를 공급중이다.
이천지역에는 현재 지방하천과 국가하천 등 150개 하천이 있지만, 흐르는 물이 없을 정도로 강바닥이 바짝 말라 있다.
이천시는 올해 초 경기도로부터 도비를 지원받아 관정 5개소를 개발 했지만, 가뭄 극복에는 부족할 것으로 예상해 도에 요청해 관정 10개를 팔 예산 5억원을 추가로 지원받았다.
이천시 농정과 관계자는 "기존에 개발한 관정도 지하수가 부족해지면서 물이 제대로 잘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면서 "그렇지만 저수지의 물이 고갈돼 관정 개발 외에는 가뭄을 이겨낼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도내 주요 저수지 저수율을 보면 안성 금광저수지가 지난해 5월 초 81.9%에서 현재 43.6%로, 용인 이동저수지는 90.9%에서 59.8%로, 용인 고삼저수지는 98%에서 54.9%로 크게 낮아졌다.
저수율이 50%를 밑도는 저수지도 도내에 11곳이나 된다.
도내 논의 27%가 천수답이어서 비가 오지 않으면 가뭄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경기도는 올해 들어 농업용 관정 개발을 위해 20억원을 시·군에 지원했으며, 조만간 있을 추경예산에 관정 개발비 45억원을 추가로 편성해 가뭄 극복을 지원할 계획이다.
hedgeho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