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초대를 향해 달리는 일본 스프린터…부럽기만 한 한국
기류, 케임브리지, 야마가타 등 경쟁적으로 9초대 도전
한국은 김국영에게만 의존…세계선수권 기준 기록도 버거워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일본 남자 스프린터들이 100m 9초대 진입을 놓고 경쟁한다.
닛칸스포츠, 스포츠닛폰 등 일본 언론은 기류 요시히데(22), 케임브리지 아스카(24), 야마가타 료타(25), 사니 브라운 압델 하키무(18)가 대회를 치를 때마다 100m 기록을 전하며 관심을 끌어올린다.
이들의 관심은 올해 8월 열리는 런던 세계선수권대회 기준 기록 10초12가 아닌, 9초대 진입이다.
100m 한국기록(10초16) 보유자 김국영(26)만을 바라보는 한국으로서는 무척 부러운 환경이다.
스포츠닛폰은 10일 "일본 남자 100m에서 9초대 기록이 나오는 건, 이제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일"이라고 희망적인 전망을 했다.
지난해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4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따는 쾌거를 이룬 기류, 케임브리지, 야마가타는 이미 세계선수권 기준 기록을 따냈다.
기류는 3월 호주에서 10초04를 기록하더니, 이후 일본 국내 대회에서 역풍을 맞으면서도 10초06, 10초08을 기록했다.
야마가타도 10초06, 10초08로 레이스를 마쳐 기준 기록을 넉넉하게 넘어섰다.
미국에서 훈련하는 케임브리지는 뒷바람이 초속 5.1m로 불어 비공인 기록이 됐지만, 올해 9초98을 기록하며 자신감을 키웠다.
2015년 세계청소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10초28)와 200m(20초34)를 석권한 사니 브라운의 올 시즌 100m 개인 최고 기록은 10초16이다. 하지만 훈련 때 꾸준히 10초0대를 뛰어 주목받는다.
스포츠닛폰은 "예전에는 뒷바람이 초속 1.5m 정도 불어야 10초0대 기록을 노렸지만, 이젠 많은 선수가 맞바람이 부는 날에도 10초0대의 기록을 꾸준히 낸다"며 "일본인 최초 9초대 진입이 눈앞이라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일본 남자 100m 기록은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이토 고지가 세운 10초00이다.
젊은 스프린터가 기록을 놓고 경쟁하면서 "2017년에는 9초대 기록이 탄생할 것"이라며 꿈에 부풀었다.
한국은 여전히 육상 단거리 약소국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올해 한국 남자 100m 최고 기록은 지난 4일 김국영이 전국종별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 기록한 10초47이다.
김국영을 넘어설 스프린터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김국영이 부진하면 대안이 없다.
김국영은 2015년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10초16의 한국기록을 세우며 그해 베이징 세계선수권대회와 2016년 리우올림픽 100m 본선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이후 10초1대를 뛴 적이 없다.
사실 김국영은 외롭게 달리고 있다. 그는 "일본은 단거리 육상 인기가 상당하다"며 "그만큼 좋은 기록을 낸 선수가 여럿 나왔기 때문이다. 한국 육상의 인기를 회복하려면 결국 기록을 내야 한다"고 책임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2017년 세계체육기자연맹(AIPS) 총회 참석을 위해 방한한 세바스찬 코(60)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회장은 10일 "세계적인 코칭 시스템과 풍부한 재정적 지원, 훌륭한 시설이 융합해야 엘리트 선수의 경기력이 상승한다. 더 근본적으로 어린아이들이 학교에서 스포츠를 자연스럽게 접하고, 더 자라 대학에서도 스포츠가 중요한 일부분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본 육상이 발전한 이유와 같다. 일본은 1990년대부터 '육상 단거리 육성 계획'을 세우며 유망주들을 미국으로 유학 보냈다.
그 효과가 2000년대에 나타나면서 일본에는 100m를 10초1대에 뛰는 선수가 늘었고, 기류 등 스프린터 등이 스포츠 스타로 주목받았다.
대한육상연맹은 유망주들의 국외 전지훈련을 주선하고, 생활체육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출발이 늦었고 아직 성과는 나지 않았다. 여전히 육상은 비인기 종목이다.
많은 관심 속에 기록을 향해 여럿이 함께 뛰는 일본 남자 단거리를 보며 이웃 나라 한국 육상의 현실이 더 초라해진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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