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배구조 개선 탄력…"4대 재벌 개혁에 집중"
비리 기업인 엄벌…징벌적 손해배상 3배→10배 강화
법인세 인상도 추진할 듯…재계, 부작용 우려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김영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제시했던 10대 공약 중 3번째는 '반부패·재벌 개혁'이다.
문 당선인은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되려면 부패 청산과 함께 재벌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 '정치·권력기관 개혁'에 이어 3순위로 재벌의 불법 경영승계와 황제경영, 부당 특혜 등의 근절을 주요 이행 과제로 내세웠다.
재벌 그룹의 계열 공익법인이나 자사주 활용, 우회 출자 등을 통해 대주주 일가가 그룹 지배력을 강화해왔던 관행을 끊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문 당선인은 지난 1월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포럼에서 "지주회사제도가 재벌 3세의 기업승계에 악용되지 않도록 자회사 지분 의무 소유 비율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지주회사가 보유해야 하는 자회사 지분을 현행 상장사 20%, 비상장사 40%에서 더 올려 지주회사를 이용한 재벌총수 일가의 경영승계나 지배력 남용에 제동을 걸겠다는 복안이다.
재벌 그룹의 공익재단이 총수 일가의 지배권 유지에 동원되지 못하도록 하겠다거나 재벌 그룹의 순환출자를 단계적으로 해소하겠다는 공약도 같은 맥락에서 채택된 것이다.
문 당선인은 집중투표·전자투표·서면투표제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도 약속했다. 모두 재벌총수의 전횡을 견제하고 소액주주를 보호하는 장치다.
그는 이러한 제도 도입을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상법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산업자본의 금융회사 소유를 규제하는 '금산분리'도 공약했다. 문 당선인은 "금융이 재벌의 금고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재벌이 장악한 제2금융권을 점차적으로 재벌의 지배에서 독립시키겠다"고 밝혔다.
특히 문 당선인은 "30대 재벌 자산을 살펴보면 삼성재벌의 자산 비중이 5분의 1이다. 범(凡)삼성재벌로 넓히면 4분의 1에 달한다. 범 4대 재벌로 넓히면 무려 3분의 2가 된다"면서 삼성을 비롯한 현대차, SK, LG 등 '4대 재벌' 개혁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혀왔다.
재계에서는 새 정부의 기업 정책이 경영권 방어장치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한다.
4대 그룹 관계자는 "현재 선진국 대부분은 기업에 우리나라보다 더 많은 경영권 방어장치를 허용하고 있다"며 "지금도 이미 기업 관련 규제 수준이 높은 편인데 새로운 규제가 더 도입된다면 경영에 어려움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횡령이나 배임 등 경제범죄에 대한 엄정한 처벌과 대통령의 사면권 제한도 주요 공약 중 하나다. 재벌총수의 경우 기업 비리를 저질러도 집행유예로 풀려나거나 실형을 선고받더라도 형기 전에 사면을 받아왔던 관행을 근절하겠다는 것이다.
문 당선인은 "재벌의 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을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경찰, 국세청, 공정위, 감사원, 중소기업청 등 범정부 차원의 '을지로 위원회(을을 지키는 위원회)'를 구성해 일감 몰아주기, 부당내부거래, 납품단가 후려치기 같은 재벌의 갑질 횡포에 대한 조사와 수사를 강화하고 엄벌하겠다고도 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강화하기도 했다. 문 당선인은 지난달 10일 중소기업단체협의회 강연에서 "소송을 하면 제대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확실한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필요하다"면서 "기존의 최대 3배인 것을 최대 10배 수준으로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 당선인은 법인세 인상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27일 제3회 방송연설에서 "법인세 실효세율을 조정하고 대기업의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까지 포함해 경제를 살리는 데 필요한 재원을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2%로, 공제 후 과세기준 과표 200억원 초과기업이 적용대상이다.
프랑스(33%), 독일(30%)의 법인세는 우리나라보다 높고 영국(20%), 아일랜드(12.5%), 불가리아(10.0%) 등은 비교적 낮은 편이다.
재계는 법인세 인상 공약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총은 최근 발표한 '신(新)정부에 바란다, 경영계 정책건의서'에서 "법인세율 인상은 소비자가격 인상, 임금상승 억제, 배당 축소 등의 부작용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해외직접투자 유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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