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붉은광장서 2차대전 승전 72주년 기념 군사퍼레이드(종합)
군인 1만명·각종 첨단무기 등장…푸틴 "누구도 러 국민 굴복시킬 수 없어"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모스크바의 붉은광장에서 9일(현지시간)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2주년을 기념하는 군사퍼레이드가 펼쳐졌다.
2차 대전 당시 나치 독일을 물리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러시아 국민의 자존감을 확인하고 첨단 무기들을 동원해 러시아의 군사력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군사퍼레이드는 러시아가 가장 신경 쓰는 연례 국경일 기념행사 가운데 하나다.
이날 행사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사열 보고를 하면서 시작됐다.
푸틴 대통령은 축하 연설에서 "러시아 국민을 굴복시킬 수 있는 세력은 예전에도 없었고 지금도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며 "러시아 국민은 조국의 땅을 죽음으로 지켰고, 2차 대전의 피에 젖은 바퀴를 되돌리며 나치즘을 붕괴시켰으며 야만주의에 종말을 찍었다"고 강조했다.
푸틴은 이어 "2차대전은 인종 우월주의라는 범죄적 이데올로기를 간과하고 국제 열강들이 분열됐기 때문에 일어났다"면서 "(오늘날) 테러리즘, 극단주의, 네오나치즘 등의 위협과 효율적으로 싸우기 위해선 국제사회의 단결이 필수적이며 러시아는 그러한 협력에 열려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연설에 이어 군인들의 분열식이 거행됐다.
군사학교 생도, 서부군관구 소속 군인, 비상사태부(재난당국) 소속 요원, 국가근위대 대원 등 약 1만 명이 칼로 잰 듯 질서정연하게 광장을 행진했다.
뒤이어 2차대전에서 명성을 떨진 T-34 탱크를 시작으로 100여 대의 각종 무기가 광장을 지나며 위용을 과시했다.
각종 장갑차와 지난 2015년 첫선을 보인 최신형 탱크 '아르마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RS-24 야르스, 신형 전술 미사일 '이스칸데르', 첨단 방공미사일 S-400 등이 등장했다.
전통적으로 퍼레이드의 대미를 장식하던 공군기들의 '에어쇼'는 올해는 열리지 못했다.
모스크바 상공에 짙은 구름이 끼어 공군 행사를 취소했다고 러시아 국방부는 밝혔다.
모스크바에선 전날부터 큰 눈과 비가 번갈아 내리는 이상 악천후가 이어졌다.
군사 퍼레이드에 이어 모스크바 시민들은 이날 정오께부터 2차대전에 참가했던 친인척들의 사진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는 '불멸의 연대' 행사를 벌였다.
참석자들은 모스크바 시내 북쪽 '디나모'역에서 출발해 크렘린궁 앞 붉은광장까지 도심 도로를 따라 행진했다.
푸틴 대통령도 2차대전에 참전한 아버지의 사진을 들고 붉은광장에 입구에서 대열에 합류해 광장 끝까지 시민들과 함께 행진했다.
당국은 올해 모스크바 행사 참가자가 수십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 2007년 우랄산맥 인근 도시 튜멘에서 처음 시작해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불멸의 연대 행사는 러시아 국내 주요 도시들은 물론 외국 도시들에서도 거행된다.
cjyo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