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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리는 베네수엘라…식량부족에 700% 넘는 살인적 인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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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리는 베네수엘라…식량부족에 700% 넘는 살인적 인플레




(서울=연합뉴스) 현경숙 기자 = 한때 남미 최대 부국이었던 베네수엘라가 굶주리고 있다. 농지 국유화, 가격 및 통화 통제로 식량 생산, 유통 체계가 붕괴했기 때문이다.

식량 수출국이었던 베네수엘라로서는 과거 상상하지도 못했던 경제 난국에 빠졌다. 베네수엘라는 이제 자기 나라 국민조차 먹여 살리지 못하고 있으며, 아기들은 분유가 없어 굶어 죽거나 병들고 있다.

7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을 720%로 예상했다. 2013년 이후 경제 규모는 27% 축소됐으며, 식량 수입은 70% 감소했다.

많은 국민은 먹을 것이 없어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별로 눈에 띄지 않았던 풍경이다. 경제가 그만큼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식료품 가게는 약탈당하고, 시골 농토에서는 나무에 맺힌 과일이나 땅 위의 호박이나 할 것 없이 도둑질당하고 있으며, 집에서는 냉장고에 자물쇠를 채워둔다.

베네수엘라 국민은 4명 중 3명이 지난해 체중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체중 감소량은 평균 8.6㎏이다.

이를 두고 일부는 현 대통령인 '니콜라스 마두로 다이어트'라고 비아냥 된다.






베네수엘라에서는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과 조기 선거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2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6일까지 38명이 숨졌다.

정부는 아이들의 영양실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는 어린이 영양실조가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도밍고 루치아니 병원에 근무하는 리비아 마차도 박사는 최근 여윈 아이들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마두로 정권의 근거지 중 하나인 야레에서도 어린이 영양실조가 증가하기는 마찬가지다.

가톨릭 자선단체인 '카리타스'가 어린이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급성 영양실조 어린이가 11%인 것으로 드러나, 지난해 10월 조사 때의 8.7%보다 크게 늘었다.

만성 영양실조는 어린이 중 5분의 1에서 나타나고 있다.

카리타스는 국민 건강 위기가 시작됐느냐 여부의 논란을 떠나, 영양실조 확산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것이 문제라고 걱정했다.

영양실조는 의료 체제 붕괴, 모기로 전파되는 전염병의 증가, 의약품 부족과 함께 악화하는데도 마두로 정부는 해외의 식량 제의를 거부하고 있다.






마리아 플랜차트(34) 씨는 자녀 5명에게 먹일 것을 구하지 못해 요즘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다. 아직 구더기가 생기지 않은 빵 조각이라도 찾기 위해서다. 한 살 된 막내는 체중이 5㎏밖에 되지 않아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나고, 얼굴은 노인처럼 주름졌다.

최근 수두를 앓은 막내를 카라카스 병원으로 데려왔지만, 병원에도 약이나 분유가 없다.

이전에 200마리 이상의 돼지를 키웠던 알베르토 트로이아니(48) 씨는 가격통제, 물품 공급 부족, 범죄조직에 시달리면서 농장 규모가 점차 축소돼 지금은 양돈 규모가 50마리에 지나지 않는다.

돼지의 크기는 과거 평균 109㎏에서 80㎏으로 줄었다. 그나마 앞으로는 구매자도 없을 것 같아 사업을 접을까 생각 중이다.

정부가 국유화한 농장이나 농업 관련 회사들은 이미 문을 닫았거나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알베르토 쿠드머스 양돈협회장은 "이 시스템에서는 누구도 이길 수 없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공산주의만 외치고, 국민과 생산은 안중에 없다"고 비난했다.

한때 건설회사 2개를 운영했던 디오게네스 알조레이(65) 씨는 먹을 것이 부족해 식구 7명 중 몇 명이 번갈아가며 굶고 있다고 전했다. 그의 11세 된 아들은 고기라고는 2015년에 먹은 게 마지막이다.

조사결과 10가구 중 9가구는 식품을 살 돈이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3분의 1인 960만여 명이 하루에 2끼 이하만 먹고 있다. 2015년에는 2끼 이하 섭취 국민이 12%였다.

국민 5분의 4가 빈곤자로 조사된 이 나라에서 한 달 연금의 가치는 10달러 선으로 하락했다.

플랜차트 씨는 미용실, 슈퍼마켓, 식당 등에서 일했는데 처음에 일자리가 없어졌고, 물가상승과 식량 부족이 겹치면서 상황이 악화했다고 전했다.

ks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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