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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어떻게 해요"…강릉 대형산불에 주민 '망연자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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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어떻게 해요"…강릉 대형산불에 주민 '망연자실'(종합)

강풍 타고 순식간에 민가 덮쳐 30채 소실·산림 피해 30㏊ 추정

시내까지 연기 자욱해 시민 불안 가중…산림 당국 4개 방어선 구축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이종건 박영서 기자 = "민가도 다 불타고 바람 때문에 불길이 안 꺼져요…무섭고 울화통이 터집니다."




강원 대관령 인근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확산해 민가를 집어삼키면서 주민들이 망연자실했다.

6일 오후 3시 27분께 강릉시 성산면 어흘리 인근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강풍을 타고 관음리 마을 등지로 번졌다.

거센 바람을 타고 뒷산으로 내려온 화마(火魔)는 순식간에 집을 집어삼켰다.

급한 대로 호스로 물을 뿌리고 바가지로 집 주변에 물을 뿌렸지만 허사였다.

강풍에 연기가 너무 심해 눈을 뜨기조차 어려워지자 주민들은 불 끄기를 포기했다.




마을에는 "성산초등학교로 긴급히 대피하라"는 고재인 관음2리 이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주민들은 최소한의 생필품을 챙길 겨를도 없이 차량과 버스 등을 이용해 대피했다.

고 이장은 "연기가 너무 심해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었다. 불길이 순식간에 내려와 산 밑에 있는 집들은 속수무책으로 쳐다만 보고 있었다"며 "주민들을 대피시키기에 급급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인근 마을도 마찬가지였다. 성산면 위촌리의 한 주민은 집이 불길에 휩싸이자 진화대원들에게 축사 소라도 피해를 보지 않게 해달라고 간곡하게 요청했다.

축사에는 그저께 낳은 새끼를 포함해 소 8마리가 있었다.

이 주민은 "집은 불에 타도 어쩔 수 없으니 축사 소라도 구해달라"고 애원했다.




금산리 한 주민은 2.5t 트럭에 가재도구를 가득 싣고 도로변으로 대피했다. 앞좌석에는 노모를 태우고, 뒷좌석에는 계란을 포함해 공간 가득하게 실을 수 있는 것은 다 실은 모습이었다.

짐칸에도 자전거 등 상자에 각종 가재도구를 가득 싣고 나와 근심 어린 표정으로 집 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 주민은 "급한 대로 싣고 나올 것을 우선 실었다. 집이 피해를 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산리 주민 유성향(여·81) 씨도 "산불이 저 멀리 있었는데 순식간에 마을까지 내려오더라. 맞은편 산 밑에 있는 집이 불이 붙은 것을 봤는데 어느새 우리 집 옆까지 번졌다"고 말했다.

이어 "마을 주민들이 '사람은 살아야 한다'며 빨리 대피하라고 해서 아무것도 못 챙겨 나왔다. 키우던 강아지는 도망가라고 목줄을 풀어줬다"고 덧붙였다.




자정이 가까워진 현재 강풍은 잦아든 상태다. 산림 당국이 큰 불길을 잡으면서 대피했던 주민들은 하나둘씩 집으로 복귀하고 있다.

그러나 불에 타 주저앉은 집들은 아직도 불길이 완전히 꺼지지 않아 주민들 속도 함께 타들어 가고 있다.

집 걱정에 지정된 곳으로 대피하지 않은 주민들은 차를 타고 도로변에서 산불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성산초교에 대피한 주민들은 각 교실에서 은박지를 매트리스 삼아 깔고 밤을 보내고 있다. 대부분이 연세가 많은 어르신이다.

주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대피 시 긴박한 상황을 이야기하거나 자식들의 안부 전화에 답하며 집이 무사하기만을 바라고 있다. 산불 진화 긴장감이 풀리면서 일부 주민은 잠을 청하고 있다.

장명자(여·70·성산면 위촌리) 씨는 "산불이 마을까지 내려온다고 해서 정신없이 대피했다. 이웃 주민 집이 탔다는 이야기도 들리는데 우리 집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며 걱정했다.




한때 연기는 강풍을 타고 이웃 마을인 성산면 위촌리는 물론 강릉 시내까지 확산했다.

연기는 물론 재까지 날리면서 가시거리가 30m도 채 되지 않을 정도였다. 창문을 닫아도 타는 냄새가 틈새로 들어왔다.

성인 남성이 서 있기 힘들 정도의 강풍까지 불자 곳곳에서 손으로 입과 코를 가리고 콜록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강릉영동대 기숙사생들은 마스크를 쓴 채 강릉초교 체육관으로 대피했다.

시민들은 화마의 그림자가 시내까지 드리우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시청과 소방당국에는 "숨쉬기도 힘들다. 대피해야 하는 거냐,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의가 빗발쳤다.

오모(55·강릉시 교동) 씨는 "매캐한 냄새가 계속 집으로 들어오고, 밖에는 연기가 하늘을 뒤덮였는데 안내가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불안했다"고 말했다.

이에 산림 당국은 현재 총 4개의 산불 방어선을 구축했다.

최초발화점을 중심으로 관음리·보광삼거리 인근에 1차 방어선을, 관동대·강릉교도소·김치 공장 주변으로 2차 방어선을 구축했다.

시내에도 강릉원주대 방어선과 택지 방어선을 구축해 불씨가 강풍을 타고 시내로 확산할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




산림 당국에 따르면 강릉 산불은 현재 민가 30채를 집어삼켰으며, 30㏊의 산림의 소실된 것으로 추정된다.

강릉시는 성산면 주민 2천500여 명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당국은 산불 지역에 진화 인력을 배치해 밤샘 진화작업 중이다.

강원도 소방본부도 긴급구조통제단을 가동하고 산불 현장으로 도내 소방서별 진화장비와 소방인력 집중적으로 투입한 상태다.

conany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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