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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독살 소문…정부, 생존 동영상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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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독살 소문…정부, 생존 동영상 공개

소셜미디어서 레오폴도 로페스 독살설 확산…가족들 교도소 앞서 면담요청 농성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베네수엘라에서 수감 중인 유력 야권 인사가 독살돼 병원으로 이송됐다는 소문이 퍼지자 정부가 그의 살아 있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하며 진화에 나섰다.

4일(현지시간) 국영 VTV 등 베네수엘라 현지언론에 따르면 전날 수도 카라카스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라모 베르데 교도소에 수감 중인 레오폴도 로페스(46)가 독살돼 군 병원으로 이송됐다는 소문이 소셜 미디어상에서 급속히 퍼졌다.

로페스는 지난 2014년 반정부 시위에 따른 폭력을 조장한 혐의로 이듬해에 14년형을 선고받고 3년째 복역 중이다. 미국에서 유학한 경제학자인 로페스는 민중의지당의 지도자로 유력한 대권 주자 중 한 사람으로 거론됐다.

소문은 현지 언론인 레오폴도 카스티요가 트위터에 "로페스가 생명 징후가 없는 상태로 교도소에서 군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올린 글에서 비롯됐다. 카스티요는 "정부가 그를 독살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가설도 곁들였다.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은 초기에는 카스티요의 트위터 계정이 해킹됐다고 의문을 제기했지만, 카스티요는 얼마 지나지 않아 트위터에 자신의 계정이 해킹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로페스의 석방을 요구해온 마르코 루비오 미 공화당 상원의원도 트위터에 "로페스가 위중한 상태로 군 병원으로 이송된 점을 확인한다"는 글을 올려 소문 확산을 부채질했다.

소문이 확산하자 로페스의 부인인 릴리안 틴토리는 군 병원으로 가 남편의 생사 확인을 요구했다.

틴토리가 군 병원 앞에서 정문을 지키는 군인들에게 "로페스가 병원으로 이송되는 모습을 본 사람이 있나요"라며 남편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는 동영상이 소셜미디어 상에서 돌았다.

소문이 확산하자 디오스다도 카베요 여당 의원은 자신이 주관하는 TV 쇼에서 로페스가 살아있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는 소매 없는 셔츠를 입은 로페스가 팔짱을 낀 채 흰색 감방의 창살을 배경으로 서 있는 모습이 담겼다.

로페스는 편집된 영상에서 "나의 가족에게 보내는 살아있다는 증거 메시지라고 그들이 말했다"면서 "오늘은 5월 3일 밤 9시다. 지금 왜 이런 메시지를 찍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나는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카베요 의원은 트위터에 "그들이 살아있다는 증거를 원했다. 이것이 그가 살아있다는 증거"라는 글과 함께 동영상을 게시했다.

그러나 로페스의 부인과 어머니 등 가족들은 이날 교도소 앞에서 그와의 면담을 허용해달라고 요구하며 시위에 나섰다.

틴토리는 트위터에 "한 달 넘게 남편을 보지 못했다. 남편을 직접 보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믿지 못하겠다"는 글과 함께 교도소 앞 정문에서 면담을 요구하며 벌인 농성 사진을 올렸다.

경제난에 허덕이는 베네수엘라에선 대법원의 의회 권한 대행 시도와 야권 지도자의 공직 선거 출마 금지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지난달 초부터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반정부 시위대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과 조기 선거실시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정부 시위와 약탈 등으로 숨진 사람만 지금까지 최소 36명으로 늘었고, 부상자도 수백 명에 이른다. 인권단체인 페날 포룸은 반정부 시위 속에 1천700명이 체포됐고 597명이 여전히 구금 중이라고 집계했다.

마두로 대통령이 전날 제헌의회 구성 절차를 강행하자 잦아들 기미를 보이던 반정부 시위는 다시 격렬해지고 있다.

중도 우파 야권 지지자들과 대학생들은 이날 카라카스와 주요 도시에서 마두로 대통령의 독재정권 연장을 위한 제헌의회 구성을 거부하고 민주주의와 자유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penpia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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