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형평성 개선된다지만…소득세 쏠림 현상 심화
근로·양도소득세 쌍끌이에 법인세는 주춤…세제 개편 부작용 지적도
대선 주자들도 소득세·법인세율 만지작…직접세 비중, 더 높아질 듯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일반적으로 직접세 비중이 늘어난 것은 조세 형평성 측면에선 바람직한 현상으로 해석된다.
납세 의무자와 담세자가 같은 직접세는 소득이나 재산이 많은 납세자일수록 더 높은 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에 소득 재분배에 도움을 준다.
실제 최근 직접세 비중이 계속해서 늘어난 데에는 부동산 양도 차익을 본 납세자들이 세금을 많이 낸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반면 법인세는 최고세율 인하 등으로 소득세보다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어 직접세 증가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2013년 세제 개편으로 중산층이 부담하는 근로소득세가 증가했고 이 때문에 직접세 비중이 높아졌지만 조세의 소득 재분배 기능이 강화되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요 후보들이 소득세, 법인세율을 올리겠다고 주장하는 터라 직접세 비중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직접세 취지에 맞게 조세 형평성 개선에 부합하는 조세 제도가 마련될지도 주목되고 있다.
◇ 소득세의 힘…직접세 비중 13년간 10%p 상승
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총국세(230조원·과년도 수입, 부가세인 농어촌특별세·교육세 등 제외) 대비 직접세(127조3천억원) 비중은 55.3%로 1년 전보다 0.8%포인트 상승했다.
총국세 대비 직접세 비중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2003년 45.0%이던 총국세 대비 직접세 비중은 2007년 52.7%로 올라섰고 지난해 55%대까지 뚫었다.
정권별로 보면 노무현 정부 때 직접세 비중은 평균 48.0%, 이명박 정부에선 50.2%, 박근혜 정부에선 53.5%로 점차 높아졌다.
직접세 비중이 상승한 데는 소득세의 힘이 컸다.
소득세는 2003년 20조8천억원 걷혔으나 지난해에는 68조5천억원으로 13년간 47조7천억원 늘었다.
총국세 대비 소득세 비중은 19.6%에서 29.8%로 상승했다.
반면 법인세는 2003년 소득세보다 많은 25조6천억원 들어왔으나 같은 기간 26조5천억원 증가, 소득세보다 적은 52조1천억원 걷히는 데 그쳤다.
법인세 비중은 24.2%에서 22.7%로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이는 이명박 정부 때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한 탓으로 보인다.
결국 소득세가 법인세의 빈자리를 메운 셈이 됐다.
소득세 중에서도 부동산 양도로 얻은 차익에 부과되는 양도소득세가 꾸준히 늘었다.
실물 경기보다 부동산 경기가 더욱 호조를 보인 탓이다.
2013년 세제 개편 때문에 근로소득 수입이 더 늘었다는 분석도 있다.
당시 정부는 의료비, 교육비 등 8개 공제 항목과 6세 이하 자녀양육비 등 인적공제 4개 항목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한 바 있다.
공제 항목에 쓴 돈이 많거나 소득이 높은 근로자일수록 과표 기준이 높아져 환급혜택을 적게 받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실제로는 고소득층뿐 아니라 서민 상위층도 전반적으로 세금이 늘었다는 지적도 있다.
직접세 비중이 늘었지만 조세 형평성 측면에서는 좋아지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세제 개편 결과를 분석해보면 면세점 이하 비율이 32%에서 48%로 늘었고 과세표준 5천500만원 이하 소득자나 3억원 이상의 경우 거의 세금이 늘지 않았지만 중산층의 세금은 많이 늘었다"고 꼬집었다.
◇ 부가세율 40년간 그대로…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
우리나라 세수 중 직접세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해외 주요 선진국에 비해 낮은 부가세율 영향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부가세율은 2015년 기준 19.2%에 달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부가세율은 1977년 처음 도입한 이후 지금까지 바뀌지 않은 채 10%를 유지하고 있다.
부가세율이 오랜 기간 낮게 유지된 탓에 국세 세수 중 부가세 세수 비율은 전반적으로 하향 추세다.
2003년 31.5%였던 총 국세 중 부가세 비율은 2006년 이후 30%를 밑돌기 시작해 지난해 26.9%까지 떨어진 상태다.
특히 2015∼2016년에는 경기 불황이 이어진 탓에 내수가 쪼그라들면서 부가세 세수 비율은 2년 연속 26%대에 머물렀다.
한국의 부가세수 비율은 선진국에 비교해도 크게 낮은 편이다.
2013년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가세수 비율은 4.1%로 33개 OECD 회원국 중 여섯 번째로 낮았다. OECD 평균인 6.8%와 비교하면 2.7%포인트나 더 낮다.
총조세 대비 부가세수 비율은 17.0%로 OECD 회원국 중 여덟 번째로 낮게 나타났다.
저출산 고령화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사회복지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재원으로 부가세 인상이 빼놓지 않고 거론되는 것은 바로 이런 배경에서다.
문제는 부가세가 저소득자에 상대적으로 더 큰 부담을 지우게 하는 간접세라는 점에서 조세 저항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단기적으로 부가세 인상이 소비를 제약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부가세 인상에 앞서 전 사회 구성원에 대한 설득과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이유다.
정세은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은 "부가가치세도 앞으로 올릴 여지는 있다"라며 "단기적으로 직접세를 더 걷고 장기적으로는 소비세의 인상 여지를 남겨놔야 한다"라고 말했다.
◇ 대선 후보들도 "법인·소득세 올리자"…당분간 직접세가 대세
직접세의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9일 열리는 대선에 출마한 각 당 주요 후보들은 다양한 복지 공약과 함께 증세를 고려하겠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제외하고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등 4명은 증세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세부적인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간접세가 아닌 직접세 세목을 더 걷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은 각자의 단서가 있지만,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이명박 정부 이전인 25%로 환원해야 한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소득세나 상속증여세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후보는 소득세 최고세율 조정으로 고소득자 과세를 강화하고 고액 상속·증여세 세부담 인상 등을 제시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도 초고소득층에 대한 누진세율 적용 세분화, 최고세율을 상향 등을 주장한다.
유승민 후보는 '저부담-저복지'에서 '중(中)부담-중(中)복지'로 가야 한다며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더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심상정 후보도 소득세율 인상을 주장한다.
반면 간접세 세목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유승민 후보만이 "법인세, 소득세 등을 검토하고서 마지막에 부가세를 검토하겠다"고 말했을 뿐이다.
부가세율 인상은 국민의 반발이 심해 정치적 역풍을 맞을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도 직접세 비중을 확대하는 데 긍정적인 인식을 나타냈다.
다만 직접세 비중을 늘리려면 소득 재분배 강화라는 본래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정 소장은 "한국은 여전히 소비세수에 비해 소득세수 비중이 OECD 국가 중에 낮은 수준이고 고소득층이 제대로 파악이 안 돼 지니계수가 실제로 더 나쁠 수 있다"며 (누진적인) 직접세 비중을 높이는 게 맞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부가세율이 낮은 측면이 있지만 국민 정서를 고려해야 하므로 올리기가 쉽지 않다"며 "소득 재분배 차원에서 그나마 법인세보다는 소득세율 인상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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