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북부서 은행원 대상 보이스피싱 예방교육 효과 톡톡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광주의 한 경찰서 관할 지역에서 은행원이 잇따라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범죄를 예방해 눈길을 끌고 있다.
7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최근 60대 이상 노인들을 상대로 한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를 은행 직원들이 잇따라 막아 감사장을 받았다.
지난달 27일 오전 10시 23분께 광주 북구의 한 은행에 A(62·여)씨가 헐레벌떡 들어왔다.
A씨는 무슨 영문인지 통장에 저금해둔 1천270만원을 서둘러 찾아달라고 했다.
이를 수상히 여긴 은행 직원은 곧장 보이스피싱 의심 신고를 했다.
그 시각 보이스피싱을 예방한 공로로 다른 은행 직원에게 감사장을 주고 있던 지구대 경찰관들은 신고를 받고 상을 주다 말고 뛰쳐나와, 순찰대 대신 택시를 잡아타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A씨를 안심시킨 은행 직원과 경찰은 속고 있는 것처럼 연기해 보이스피싱 인출책을 유도하도록 코치했다.
1시간여 뒤인 11시 30분께 A씨를 속여 돈을 가로채려 한 범인들을 돈을 받으러 기차역에 왔다가 기다리고 있던 경찰에게 검거됐다.
이에 앞선 4월 26일 11시 36분께 경찰서 은행 직원이 건 다른 보이스피싱 의심신고가 접수됐다.
피해자 B(90)씨는 "미납된 벌금이 있다. 당신의 계좌 정보가 해킹당했으니, 안전한 곳을 돈을 옮기라"는 경찰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사기범의 꼬드김에 속았다.
흥분한 B씨는 곧장 은행으로 달려가 그동안 정성스럽게 모은 2천100만원 적금을 해약하려 했다.
연로한 노인이 거액을 한꺼번에 인출하는 것을 수상히 여겨 이것저것 질문을 던지던 은행 직원은 할아버지가 보이스피싱 범죄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 할아버지에게 사위의 전화번호를 물어 이 사실을 알렸다.
결국 할아버지의 돈은 보이스피싱 사기범의 주머니가 아닌 사위의 계좌로 안전하게 옮겨졌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최근 제주 등 다른 지역에서 기승을 부리던 보이스피싱 범죄가 광주지역으로 옮겨오는 추세를 보이자 예방교육을 강화했다.
특히 지난달 25일 70대 여성 노인이 검찰청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의 전화에 속아 현금 5천만원을 찾아 집에 보관하다 절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후 경찰서 자체 '비상령'을 내렸다.
그동안 은행 직원들을 상대로 꾸준히 보이스피싱 범죄 예방 교육과 협력을 추진했지만, 경계가 잠시 소홀해졌다는 판단해 경찰서 직원들이 일일이 은행을 방문하며 협조를 구했다.
그 결과 추가범죄 발생 시도는 마지막 '골키퍼' 역할을 한 은행 직원들에게 번번이 막혔다.
임광문 광주 북부경찰서장은 "다가오는 어버이날 노인들의 눈물 짓게 하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잇달아 예방한 은행 직원들에게 경찰서 차원의 예우를 갖춰 감사장을 일일이 직접 방문해 전달했다"고 말했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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