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나무 유전체 해독…"오묘한 차 맛 만큼이나 유전자 복잡"
중국과학원·마크로젠 공동연구…커피나무 유전체의 5배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녹차와 홍차는 커피와 더불어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대표 음료다. '차나무'(Camellia sinensis)의 잎을 발효시키지 않으면 녹차, 발효시키면 홍차가 되며, 반쯤 발효시킨 것이 우롱차다. 제조법에 따라 오묘한 맛의 세계가 펼쳐진다. 이런 차 맛의 유전적 근원인 차나무의 유전체(게놈)가 이번에 해독됐다.
중국과학원(CAS)과 한국 생명공학 기업 마크로젠 등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진은 차나무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분자식물'(Molecular Plant) 1일자에 발표했다고 6일 밝혔다.
논문 교신저자인 CAS의 가오리지(Li-Zhi Gao) 박사는 이메일을 통해 "나도 차를 자주 마시는 사람 중의 한 명"이라며 "우리 연구진은 매력적인 차 맛의 유전적 근원을 밝히기 위해 차나무의 유전정보를 분석하기로 했다"고 연구의 계기를 밝혔다.
그는 최근 7년간 20종의 식물 유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해 왔지만, 차나무의 염기서열을 해독하는 일은 만만치가 않았다고 전했다. 차나무의 유전체 크기가 3.02Gb(기가베이스·1Gb=10억 염기쌍)에 달하는 것이 한 가지 이유다. 이는 커피나무 유전체 크기의 5배 이상에 해당한다.
반복되는 염기서열이 유독 많은 것도 난제 중 하나였다.
공저자인 김창훈 마크로젠 생명정보학연구소장은 "유전체를 해독할 때는 추출한 DNA(유전물질)를 잘게 조각낸 뒤 이들 사이의 겹치는 부분을 붙여 나가며 읽는데, 특정 서열이 여러 번 반복돼 나타나면 이어 붙이는 과정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들을 붙이는 오류가 생기기 쉽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런 기술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차나무의 유전체를 분석함으로써 녹차의 맛을 생성하는 성분의 생합성 관련 유전자를 다수 확인했다.
녹차의 맛은 떫은맛, 쓴맛, 감칠맛 등이 조화를 이뤄 나오는데, 떫은맛의 주성분인 '카테킨'(catechin), 쓴맛 성분인 '카페인'(caffeine), 감칠맛 성분인 '테아닌'(theanine)을 합성하는 유전자를 각각 14개, 4개, 6개 찾은 것이다.
동백나무 등 차나무의 친척뻘인 식물도 동일한 유전자들을 가지고 있지만, 차나무의 유전자들이 특히 더 많이 발현됐다.
가오 박사는 "차나무 생명현상의 정보를 담은 '참조 데이터'를 확보했다"며 "고품질의 찻잎을 생산하면서도 병충해에는 강한 차나무를 육종하는데 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이번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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