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베네수엘라, 마두로대통령 제헌의회 강행에 격렬 시위
집권연장 제헌의회 절차개시에 저항…시위과정서 최소 33명 숨져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베네수엘라에서 3일(현지시간)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헌법 개정 절차를 강행한 가운데 이에 반대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베네수엘라 국영방송 VTV 등에 따르면 이날 수도 카라카스 주요 도로 곳곳에서 국회 등으로 행진하려는 수천 명의 반정부 시위대를 향해 군과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해산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충돌도 생겼다.
반정부 시위대는 마두로 대통령이 구상하는 제헌의회가 자유선거를 피하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책략이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일부 시위자들은 방독면을 쓰거나 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채 중무장한 군과 경찰을 향해 화염병과 돌을 던졌다.
일부는 집에서 만든 새총과 방패를 활용하기도 했다. 방패에는 '자유'와 '살인자 마두로'와 같은 문구가 새겨졌다.
충돌로 야당 의원 프레디 쿠에바라와 훌리오 몬토야 등이 최루 가스통에 맞아 다치기도 했다.
그러나 마두로 대통령은 우파 야권 연합 국민연합회의(MUD)와 지지자들의 거센 반대에도 제헌의회 구성 절차를 강행했다.
그는 이날 선거관리위윈회 관계자들과 만나 제헌의회를 구성하기 위한 투표가 수주 내로 실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헌법에 따르면 제헌의회는 국민이 직접 선출한 500명으로 구성된다. 절반은 선거구에 비례해 선출된다.
마두로 대통령은 제헌의회 구성원 중 절반을 정치인이 아닌 장애인, 학생, 성 소수자, 노조, 원주민, 농민 등 각 분야 대표들로 구성할 계획이다.
그는 친정부 집회 연설에서 "오늘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의회를 구성하기 위한 절차는 공화국을 통합시키고 모두가 누릴 자격이 있는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변했다.
경제난에 허덕이는 베네수엘라에선 반정부 시위가 지난달 초부터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반정부 시위대는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과 조기 선거실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시위 과정에서 숨진 사람만 지금까지 최소 33명으로 늘었고, 부상자도 수백 명에 이른다.
혼란이 심해지자 베네수엘라 정부는 전날 180일간 무기 소지 금지령을 내렸다.
베네수엘라 사태를 바라보는 국제사회도 양분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전날 제헌의회 구성 동기에 대해 깊게 우려하고 있다며 제헌의회는 베네수엘라 민심을 무시하고 민주주의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브라질 정부도 마두로 대통령의 구미에 맞게 정치 규칙을 변화시키기 위한 쿠데타라고 비판했다.
미 상원의원들은 베네수엘라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인도주의적 지원을 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하거나 부패에 연루된 개인에 대한 제재를 추진하는 법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좌파 동맹국인 쿠바와 볼리비아는 그러나 베네수엘라가 외부의 개입 없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비판했다.
마두로 행정부는 베네수엘라의 석유 이권을 노리는 미국의 물밑 지원을 받는 야권이 식품과 생필품난 해소 등 경제난과 정국혼란 해소에는 협조하지 않은 채 정부 전복과 권력 찬탈에만 열중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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