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공사 테일러의 미친 존재감…20분 동안 보여준 우승쇼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약이 될지 독이 될지 두고 봅시다."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을 앞둔 안양 KGC 인삼공사 김승기 감독과 서울 삼성 이상민 감독은 입을 맞춘 듯 인삼공사의 '일시 대체 외국인 선수' 마이클 테일러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테일러는 인삼공사 단신 외국인 선수 키퍼 사익스가 챔피언 발목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자 카타르 리그에서 급히 공수된 대체 선수다.
2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6차전이 열리기 전까지 그의 실력은 베일에 꼭꼭 숨겨져 있었다.
그는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인삼공사에 합류했다.
카타르 리그 챔피언결정전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4월 29일 입국했고, 비자 문제로 일본으로 다시 출국한 뒤 1일 오후 팀에 합류했다.
그가 팀원들과 손발을 맞춘 건 챔피언결정전을 불과 수 시간 남긴 2일 오전 딱 한 번뿐이었다.
김승기 감독은 "패턴조차 익히지 않은 상태인데, 팀 워크에 독이 될 경우 그를 배제하고 경기를 치르겠다"라고 말했다.
테일러는 인삼공사가 19-24로 밀린 2쿼터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상대팀 스크린 수비에 막히며 매치업 상대인 천기범에게 3점 슛을 허용했다.
하지만 그가 헤맨 건 거기까지였다.
테일러는 가공할 만한 스피드와 적극적인 플레이로 인삼공사의 분위기를 이끌었다.
테일러는 상대 수비와 일대일 상황에선 무서운 돌파력으로 골 밑을 노렸고, 수비가 느슨해지면 적극적인 외곽포로 점수를 쌓았다.
그는 27-32로 뒤진 2쿼터 종료 6분 20여 초 전 수비수를 앞에 두고 3점 슛을 터뜨렸고, 2쿼터 종료 3분 50여 초 전엔 직접 골 밑 돌파를 시도해 득점을 기록했다.
유기적인 플레이도 돋보였다. 그는 2쿼터 종료 3분 10초를 남기고 골 밑에 있던 사이먼에게 송곳 패스를 찔러줘 득점을 도왔다.
그는 2쿼터에만 무려 11점을 몰아넣었다.
무겁게 가라앉았던 인삼공사의 팀 분위기는 '테일러 효과'로 급반전했다.
테일러의 합류로 2,3쿼터에 여유가 생기자 인삼공사는 오세근과 이정현을 벤치로 불러 힘을 비축했다.
인삼공사는 67-67로 3쿼터를 마친 뒤 마지막 4쿼터에서 전력을 투입해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테일러는 단 20분간 뛰고 우승 반지를 받았다.
그는 2,3쿼터에서 16득점 5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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