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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타향살이 자전적 수필 낸 中가사도우미, 일약 스타작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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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타향살이 자전적 수필 낸 中가사도우미, 일약 스타작가로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중국 여성 가사 도우미가 베이징(北京)에서 겪은 30년 타향살이의 고초를 담은 자전적 수필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하룻밤 새 스타작가로 떠올랐다.

화제의 주인공은 후베이(湖北)성 출신인 판위쑤(范雨素·44).

그녀는 베이징에서 이혼녀로 두 딸을 힘겹게 키우며 가사도우미와 청소부 등을 전전한 경험을 담은 '나는 판위쑤'란 제목의 자전적 수필을 지난달 24일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 문학 사이트에 게시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일 전했다.

후베이성 샹양(襄陽) 인근 마을 출신인 판위쑤는 7천자 분량의 수필에서 12살 때 마을학교 교사로 일을 시작했지만, 지루한 시골 생활을 견디지 못해 베이징으로 상경했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갔다.

판위쑤는 베이징에서 한 남성을 만나 결혼해 두 딸을 낳았지만, 남편의 잦은 음주와 구타를 견디지 못해 고향으로 도망쳤다.

그러나 판위쑤의 형제가 출가한 여성이 가족이 아니라며 고향에 정착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자 다시 베이징으로 돌아와 두 딸을 보육원에 맡긴 채 부잣집 보모로 일했다.

이 집은 후룬(胡潤) 부자 리스트에 등재된 재벌이 그와의 사이에 두 사생아를 둔 25세 아래 정부에게 사준 것으로 그곳에서 이들의 3개월짜리 딸을 돌보는 것이 판위쑤의 일이었다.

판위쑤는 "이 정부가 고대 황실 궁정의 첩처럼 살았다"며 "자신의 주인을 천박하게 기쁘게 해야 했고, 음식을 구걸하기 위해 자세를 낮춰야 했다"고 털어놨다.

그녀는 "아기를 돌보기 위해 종종 한밤중에 깨야 했을 때 내 딸들을 그리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엄마 없는 밤에 딸들이 악몽을 꾸지 않을지 울지 않을지 걱정돼 자주 울었지만, 다행히 한밤중이어서 아무도 몰랐다"고 회고했다.

문맹인 어머니에 대한 애끓는 사랑도 드러냈다.

판위쑤는 "1950년에 마을 여성대표로 선출돼 사담 후세인과 마하트마 간디가 집권한 것보다 긴 40년 간 대표를 맡았다"며 어머니가 81세 때 지역 정부가 충분한 보상 없이 토지를 압수한 데 항의하러 갔다가 관리와 다투는 과정에서 그만 팔이 탈구됐다고 전했다.

시골 출신 근로자인 농민공의 아이들이 현지 공립학교에 다니지 못하도록 한 국가 정책에 대해서는 "아, 망할 교육부, 농민공 아이들에게 상처 주는 이런 정책을 누가 만들었느냐"며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판위쑤는 딸들이 TV 자막을 통해 글을 깨우치자 아이들에게 500㎏에 달하는 중고 책을 사줬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그는 첫째 딸이 14세 때 잡일을 시작했지만, 현재 연 9만 위안(1천470만 원)을 버는 어엿한 사무직이 됐다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소외계층에게 사랑과 존엄을 전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판위쑤의 수필은 많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하루 새 10만여 차례 공유됐으며 2만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한 위챗 이용자는 "작품이 부드럽게 쓰였으며 매우 감동적"이라며 시골 여성이 당당하게 쓴 가족사가 읽을 가치가 있으며 때론 슬프면서도 웃음을 선사한다고 평가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는 수필에 체제 비판 내용이 일부 포함됐지만, 서평을 게재하고 "수필에 묘사된 개인적 고통과 농민공의 아이를 위한 교육, 농민 토지 보상 등 사회 문제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녀가 일약 스타 작가로 떠오르자 베이징 도심에서 30㎞ 떨어진 판위쑤의 집 주변에는 20여 명의 기자와 출판업자들이 진을 치면서 판위쑤가 숨바꼭질을 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판위쑤는 북경청년보(北京靑年報)에 자신이 작가가 아니라 막노동꾼처럼 일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말할 이야기가 있다며 "꿈을 가져야 한다. 머나먼 곳에 있는 불빛을 보는 여행자 심정이라면 행복을 느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harris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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