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편 지연 1위 중국, 민간 하늘길 넓힐까
'3대 중 1대' 연착…공역 민간개방 확대 시사
"다들 4차선 고속도로, 중국은 1차선짜리"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중국인의 항공 여행이 급격히 늘어 고질적인 비행 지연 문제가 더 심각해졌으며, 이는 항공 산업의 성장을 위협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항공정보업체 OAG에 따르면 에어차이나(중국국제항공), 중국동방항공, 중국남방항공 등 3대 중국 국영 항공사는 지난해 약 3분의 1의 항공편이 연착해 세계 주요 항공사들 가운데 정시성(정해진 시간을 잘 지키는 정도)에서 최하위였다.
중국민용항공국(CAAC)에 따르면 지난 3년간 항공 여행 관련 불만은 7배로 늘었다.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연이 목록의 상위에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항공편 지연은 다른 나라에서는 주로 나쁜 날씨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날씨와 스모그, 활주로 보수, 군사 훈련 같은 요인을 증폭시키는 것은 공역(空域·airspace), 즉 항공기의 활동을 위한 공간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중국은 지상에서 새 공항을 잇따라 건설하고 있지만, 공역의 4분의 3은 여전히 군대의 손안에 있으며 민간 항공사는 접근할 수 없다. 지난 20년간 민간 항공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중국군의 공역 통제는 바뀌지 않았다.
유럽은 최근 공역 규정을 뜯어고쳐 민간과 군용 항공기가 이 지역의 거의 모든 공역을 공유하도록 했다. 인도에서는 공역의 60%가 민간 항공사에 열려 있으며, 정부는 개방을 확대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항공 애널리스트 존 그랜트는 비슷한 개혁 조치가 중국에서도 빨리 시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중국 항공사들이 지난해 태운 승객은 4억8천800만명으로 10년 전의 3배다.
그랜트는 "중국은 (하늘에서) 사실상 1차선짜리 도로를 쓰는 반면, 세계의 나머지 나라는 4차선 고속도로에서 운영 중"이라면서 "중국은 좁은 공역에 끊임없이 더 많은 공급을 밀어 넣는다"고 말했다.
이 문제가 점점 극심해지자 정부 지도자들도 변화가 머지않았을 수 있다고 시사했다.
리커창 총리는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자대회에 제출한 연례 보고서에서 "공역 자원은 더 잘 할당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행서비스업체 씨트립의 최고경영자 제인 쑨은 이른 시일 안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면서, 군부 지도자들로부터 공역을 가져오는 일의 어려움을 이유로 들었다.
한편 민용항공국은 지난해 정시성이 개선됐다면서 항공편의 4분의 3 이상이 제시간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정시"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달렸다. 중국 공항에서는 승객을 태운 항공기가 이륙 허가를 기다리면서 1∼2시간을 보내는 일이 일상적이다. 그러나 탑승구가 일정에 맞춰 닫혔다면 당국은 이를 정시 출발로 기록한다.
항공사들은 또한 정시율을 높이기 위해 일정을 조용히 조정했다. CAPA 항공센터의 애널리스트 윌 호튼은 2006년 상하이∼베이징 구간의 평균 비행시간은 2시간 1분으로 돼 있었지만, 지금은 2시간 18분으로 항공사가 정시에 도착할 여지가 커졌다고 말했다.
항공사들은 아직 지연 때문에 실적에 타격을 입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남방항공은 2016년 이익이 7억3천만달러(약 8천200억원)로 3분의 1 늘었다. 에어차이나의 지난해 이익은 9억8천500만달러로 소폭 증가했지만 중국동방항공은 조금 줄어든 6억5천200만달러다.
이러한 이익에도 중국 항공사들은 모두 지난 몇 년간 승객당 단가가 싸졌다. 이는 요금 할인이 성장을 뒷받침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애널리스트들은 말한다.
중국에서는 항공편 지연에 대한 승객의 항의 사태가 빈번하다. 불만이 커지자 중국 교통부는 지난 1월 공항과 항공사가 지연에 대해 더 투명하게 하도록 요구하는 새 규정을 도입했다. 교통부는 항공사에 3시간 동안 항공기에서 대기한 승객은 내릴 수 있게 하라고 항공사에 명령했으며, 지연에 대해 보상하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최근 베이징 서우두(首都)국제공항에서 토요일 오전을 보낸 링지에 같은 승객에게 이런 규정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는 샤먼항공이 항공편을 승객을 다 태울 수 없는 더 작은 비행기로 교체했으나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면서 부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좌석에 앉지도 못했으며 비행기가 출발한 것은 4시간 반이 지나서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신뢰할 수 없는 항공편을 타기가 망설여진다면서 "(다음에는) 고속열차를 선택할 것 같다"고 말했다.
kimy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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