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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과제](24)서비스업, '자영업 무덤'서 성장엔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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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과제](24)서비스업, '자영업 무덤'서 성장엔진으로

제조업 '피난처'에 그치고 생산성도 떨어지는 구조 극복해야

'제조-수출' '서비스-내수' 두 수레바퀴 균형 맞춰야

규제 완화, 구조조정 등 사회적 합의 모색하고 경쟁력 높여야

(서울=연합뉴스) 유통팀 = 한국 경제가 2000년대 후반 이후 세계적 경제위기(2008년 금융위기)와 중국의 거센 추격 속에 위기를 맞으면서, 서비스 산업은 한국 경제를 되살릴 새로운 성장동력,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후 1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 우리나라 서비스업의 현실은 암울하다. 생산성은 세계적으로 '바닥' 수준이고, 새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기보다 제조업에서 밀려난 인력을 흡수하는 '피난처' 정도의 역할에 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서비스업 경쟁력을 키우려면 기본적으로 규제 완화와 개방, 첨단 기술과의 접목 등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 상공인들을 보호할 최소한의 보호 장치는 필요하다는 '이중적' 견해를 나타냈다. 결국 서비스 산업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새 정부의 '조율'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 서비스업 생산성 OECD 최하위…종사자 급증에도 질적 성장 실패

현재 우리나라 서비스업의 가장 큰 문제는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투입되는 노동이나 자본에 비해 창출되는 부가가치가 너무 적다는 뜻이다.

2일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선진 7개국(G7)의 경우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대 시점의 서비스업 노동생산성이 노동시간당 평균 약 28달러 수준이었다.

하지만 현재 국민소득 2만 달러대인 한국의 경우 2010년 이후 줄곧 약 20달러 안팎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3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상 한국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연간)도 4만7천 달러로 OECD 평균(5만8천600달러)을 크게 밑도는 최하위 수준이다. 더구나 국내 제조업과 비교해도 절반 수준에 불과한 생산성이다.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수많은 실직자들이 너도나도 치킨집 등 서비스 자영업에 뛰어들면서 고용에서 서비스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2년 50.2%에서 2015년 70.1%까지 비약적으로 뛰었지만, 질(質)적 성장에는 실패했다는 뜻이다.

결국, 같은 기간 전체 부가가치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53.9%에서 59.7%로 거의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 서비스업 활성화 없이 내수 회복은 요원한 '꿈'

이처럼 서비스업이 계속 활력을 찾지 못하면, 우리 경제의 성장은 물론 회복조차 장담하기 어려워진다.

내수의 경우 많은 부분이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으로 설명되는데, 이는 서비스가 재화(상품)에 비해 한 국가 안에서 생산, 소비되는 속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조-수출', '서비스-내수'라는 두 바퀴의 균형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최근 한국 경제에서 수출·생산·투자 지표가 뚜렷하게 살아나고 있지만, 소비는 여전히 부진한 '수출-내수 탈(脫)동조화' 현상도 서비스업의 빈약한 체력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수출 회복이 고용 확대, 임금 상승 등을 거쳐 소비 회복으로 이어지는 데 시간이 걸리는 측면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수출이 내수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많이 약해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수출은 주로 제조업 중심인데, 요즘 고용이 주로 서비스업에서 이뤄져 제조업의 고용 창출, 소득 증가 효과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재 서비스업의 경우 '과당 경쟁' 탓에 종사자들의 소득이 늘어나기는커녕, 일자리의 안전성마저 취약한 처지다.

'2016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5년 창업한 개인사업자는 106만8천 명, 폐업한 개인사업자는 73만9천 명이었다. 수년 동안 같은 창업·폐업 비율이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결국 자영업자 가운데 불과 3분의 1 정도만 살아남는다는 얘기다.

"할 게 없으니 장사라도 하자"며 치킨집, 분식점, PC방 등을 차렸다가 5년 안에 상당수가 장사를 접고, 다시 빚을 내 진입 장벽이 낮은 대신 경쟁이 치열한 다른 자영업에 손을 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 "규제 완화, 보호장치 병행하고 신기술 도입 서둘러야"

전문가들은 대체로 새 정부에 서비스업 대책으로 '규제 완화, 경쟁을 통한 구조조정과 생산성 증대'를 기본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상빈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서비스 산업 활성화는 김대중 정부 때부터 추진된 것인데, 아직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도 제대로 통과가 안 됐다"며 "서비스 산업에 대한 과감한 규제 철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규제를 '네거티브(안되는 것만 규정하는 방식)' 형태로 바꿔야 한다"며 "예를 들어 푸드트럭을 활성화한다면서 영업장소를 공원 등으로 한정하는 '난센스'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이념 대립으로 답보 상태인 '의료 민영화'에 대해서도 그는 "거대 담론, 이념에 관련된 부분을 빼고 가능한 부분부터라도 규제 철폐 차원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대목은 이익단체, 사회단체들과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하되, 이념 갈등에 밀려 당장 실현 가능한 서비스업 고도화 작업 전체가 미뤄져서는 곤란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서비스업 중에서도 그나마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높은 금융·통신·법률·의료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문턱을 낮추고 시장을 개방, 경쟁을 촉발해야 생산성과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조언도 있었다.

심순형 LG경제연구원은 "고부가가치 서비스 분야에서는 진입 장벽 완화로 양질의 일자리를 더 늘리고 성장 잠재력도 확보해야 한다"며 "OECD 평균과 비교해 한국의 전문직 진입 장벽은 엔지니어링 부문을 제외하면 OECD 평균보다 높은 편"이라고 진단했다.

반대로 영세 자영업자들이 몰려 있는 외식, 숙박 등의 업종의 경우 이미 과당 경쟁 상태인 만큼, 규제 완화를 통한 구조조정보다는 사회적으로 충분한 안전망을 갖춰 '대량 실직'에 대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김숙경 산업연구원 서비스산업분석실장은 "자영업이 포화 상태라 구조조정도 일정 부분 이뤄져야 하지만, 당장 일자리 대책이 없으므로 급격한 구조조정은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며 "정책적으로 이런 부분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같은 맥락에서 기본적으로 불필요한 규제는 없애더라도,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 '대형마트 영업 제한' '골목상권 보호 제도' 등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 상공인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장치는 유지해야 한다는 견해가 우세했다.

심 연구원도 "서비스업 활성화 대책의 선제 조건은 영세 중소 상공인들이 서비스 산업 고도화 과정에서 밀려나더라도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을 갖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통신(IT),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등 첨단 기술과의 접목, 활발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한 서비스업의 '혁신', '4차 산업화'를 주문하는 의견도 많았다.

이들은 대표적 사례로 도소매 서비스업종에 속한 전자상거래업체들의 최근 뚜렷한 성장 추세를 들었다. 온라인쇼핑사이트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IT·물류 부문에 막대한 인력과 재원을 투자, '맞춤형 검색'이나 '당일 배송' 시스템을 갖춰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현재 서비스업의 생산성 저하 원인을 '혁신 부족'에서 찾을 수 있다"며 "우리나라 기업의 R&D 지출에서 서비스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shk99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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