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식서 눈물 참은 홍성흔, 대신 아들딸이 '펑펑'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오늘 울면 지는 거로 생각하고 나왔습니다. 마지막까지 꾹 참아 보려고 합니다."
홍성흔(41)은 18년 동안 정든 그라운드와 공식적으로 작별하는 은퇴식을 앞두고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와 같은 다짐을 했다.
천하의 양준혁도, 이종범도 은퇴식에서는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다.
그 이야기를 듣자 홍성흔은 "그러면 어떻게든 울어야겠다"며 마지막까지 입담을 뽐냈다.
그리고 홍성흔은 약속대로 눈물 없이 은퇴식을 치렀다.
18년 중 14년을 뛴 두산, 그리고 4년을 활약한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에 앞서 오후 1시 30분부터 홍성흔의 은퇴식이 진행됐다.
두산과 롯데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도열해 마운드에 선 '주인공' 홍성흔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고, 전광판에는 두산과 롯데 선수 및 평소 친분 있던 연예인들의 축하 영상이 상영됐다.
홍성흔은 기자회견에서 "오늘 새벽 팬들에게 편지를 썼다. 이걸 은퇴식에서 읽을 건데, 그때가 (눈물 흘릴) 가장 큰 고비 같다"고 말했다.
그는 편지를 읽으면서도, 홈플레이트에 마지막 입맞춤을 하면서도, 차에 올라타 마지막으로 잠실구장을 한 바퀴 돌면서도 끝까지 눈물을 참았다.
정작 눈물을 흘린 건 백네트에서 아버지를 지켜보던 딸 화리와 아들 화철이었다.
아내 김정임 씨도 물기 가득한 눈빛으로 남편을 물끄러미 바라만 봤다.
홍성흔은 두산과 롯데 팬들이 동시에 목놓아 외치는 응원가를 뒤로 한 채 제2의 인생을 향해 힘차게 그라운드에서 퇴장했다.
1999년 두산의 전신인 OB 1차 지명으로 입단한 홍성흔은 프로 통산 18시즌 동안 타율 0.301에 2천46안타, 208홈런, 1천120타점을 남겼다. 골든글러브 수상은 모두 6번(포수 2번, 지명타자 4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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