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채 버티거나, 울면서 철수…韓 유통기업들 중국서 '참담'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유통기업의 무덤'이라 불리는 중국은 외국기업들에게 벽이 매우 높은 시장이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의 유통공룡들도 현지 사업을 접거나, 적자로 출혈을 계속하면서 버티고 있다.
이마트는 중국 사업을 접기로 했다.
이마트는 1997년 야심 차게 진출해 한때 중국 매장이 30개에 육박했지만, 적자 누적으로 사업을 축소해오다 결국 철수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마트 관계자는 2일 "중국 사업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데 개선 가능성이 크지 않아 철수 방침을 정했다"며 "철수시기는 남은 점포 정리에 따라 유동적인데, 인수자가 나타나면 올해 내에라도 매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의 중국 매장은 현재 상하이와 인근 지역에 6곳만 남아 있다.
지난해 12월 상하이의 중국 1호점 문을 닫았고, 지난달 상하이 라오시먼점도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폐점하는 등 철수 수순을 밟아왔다.
이마트는 지난해 중국에서 216억원의 손실을 보는 등 지난 2013년부터 작년까지 4년간 영업적자만 1천500억원이 넘는다.
사업 철수 결정에는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시장이 해외기업에 대해 폐쇄적이고 각종 텃세와 규제가 많은데 사드 사태로 반한 감정까지 일어나는 등 사업환경이 더욱 악화했기 때문이다.
사드 사태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롯데마트는 중국 사업 철수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최악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롯데마트 중국 99개 점포 가운데 약 90%인 87개가 여전히 문을 닫고 있다.
74곳은 중국 당국의 소방 점검 등으로 강제 영업정지 상태이고, 13개는 자율휴업 중이다. 나머지 점포도 사실상 휴점 상태와 다름이 없다.
매출은 거의 없는 상태지만 임금 등 고정비는 계속 나가고 있어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5월이면 영업정지도 3개월 차에 접어들지만 아직 언제 영업을 재개할 수 있을지 기약도 없다.
롯데는 현재 중국에서 대형마트를 비롯해 백화점과 슈퍼까지 약 120개 유통 계열사 점포를 운영 중이다.
롯데마트는 2008년, 롯데백화점은 2011년 중국에 진출했다.
중국에 진출한 지 10년이 돼가지만 해마다 1천억 안팎의 적자를 보고 있는 데다 '사드 보복'으로 상황은 더 나빠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마트가 중국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다가 철수를 결정했고 롯데는 사드 사태로 막대한 피해를 입어 회복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한국 유통기업들에 기회의 땅이었던 중국에서 아픔을 맛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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