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 "트럼프 사드 발언, 한국민 격노하게 할 가능성"
韓 대선판 뒤흔들 변수로 주목…'단순협상용 발언' 해석도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한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10억 달러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끔찍한(horrible)'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종료할 수도 있다고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폭탄 발언'에 미국 내 주요 언론이 주목하고 있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 비용, FTA 재협상이나 종료에 대해 발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비상한 관심 속에 한국 정부의 반응 등을 잇달아 보도하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한국을 당황하게 하고 있다(rattle)'는 제목의 서울발 기사에서 '동맹'의 진짜 의도 파악에 온종일 분주한 한국 정부와 정치권 분위기를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발언이 채 2주도 남지 않은 한국의 대선 판도를 덜커덕거리게 할 수 있다(jolt its presidential race)"면서 문재인, 안철수 후보 등 각 진영의 반응을 전달했다.
이 신문은 사드 배치에 관한 한미 간의 합의에 변함이 없다는 한국 국방부 관리의 말을 신중하게 전하는 한편으로 한국 내부에서는 사드 배치를 놓고 심각한 분열 양상이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도 '한국을 어리둥절하게 만든(mystification) 트럼프의 사드·FTA 발언'이라는 기사에서 트럼프가 보여준 이런 형태의 갑작스러운 고집은 동맹국을 휘청거리게 할 수 있다고 풀이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외교관 출신의 한미관계 전문가 데이비드 스타라우브의 말을 인용해 "지금까지 (트럼프 발언에 대한) 한국민의 반응은 놀라울 정도로 절제돼 있다. 하지만, 한국민들은 계속해서 트럼프의 캐릭터가 무엇인지 알아내려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는 한국내에서 '특이한 대통령'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그의 발언은 다소 평가절하되는 경향이 있지만, 그 발언이 가져올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는 점은 한국민들도 잘 인식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 신문은 또 이번 트럼프의 사드 관련 언급은 한국의 대선 판도에서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미 CBS 방송은 역시 서울발 기사에서 "현재로서는 한미 FTA의 재협상 계획이 없다"는 우태희 산업부 차관의 말을 전하면서 "어떤 무역 재협상 통보도 받은 바 없다. 현재 실무진의 협상도 진행되는 것이 전혀 없다"는 내용을 자세하게 보도했다.
AP통신은 트럼프의 사드·FTA 관련 언급이 "한국민들을 격노하게(infuriate) 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이로 인해 대선을 앞둔 한국에서 반미 정서가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CNN도 트럼프의 발언은 한국 대선의 핵심 이슈인 사드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린 것으로 해석하면서 각 후보 진영의 반응을 전했다.
CNBC는 경제적 관점에 초점을 맞춰 트럼프의 사드 비용 부담 요구 발언이 나온 직후 외환시장에서 원화가 약세로 돌아섰고, 한국의 주요 기업인 현대차 주식이 2.4% 하락한 사실을 전했다.
CNBC는 그러면서 전문가 관측을 인용해 "트럼프의 이번 발언은 단순한 협상용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해석했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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