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트럼프의 '사드·FTA' 폭탄발언에 '겉핥기 갑론을박'
한미관계 안보·경제 양대현안에 대안도출 지혜없이 책임공방만
문재인·심상정, 사드 공세전환…안철수·유승민 "돈 낼 일 없어"
안철수·유승민·심상정 '증세해야', 홍준표 '감세 또는 현상유지'
일자리대책, 노조, 재벌 문제 놓고서도 열띤 토론 대결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서혜림 기자 = 28일 대선후보들의 5번째 TV토론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급한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비용 부담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문제가 비중 있게 다뤄졌다.
하지만, 5당 후보들은 안보와 경제에서 한미관계의 양대 현안을 놓고 깊이 있는 대안을 제시해 대안을 모으는 지혜를 발휘하기 보다는 상대방의 기존 주장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며 '겉?기식' 공방을 벌이는 데 그쳤다.
사드 비용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안보 공방에서 수세에 몰렸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공세로 전환했다.
문 후보는 이날 상암 MBC에서 개최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 TV 토론회에서 "이제 사드는 안보 문제를 넘어 경제 문제가 된 것"이라면서 "1조1천억 원이면 막대한 재정부담을 초래한다. 그 때문에라도 반드시 국회 비준이 필요하고 다음 정권으로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10여 일 지나면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는데 야밤에 기습 배치하고 청구서를 보내는 행동이 과연 동맹국의 태도인가"라며 "돈을 못 내겠으니 사드를 도로 가져가라고 해야 당당한 대통령"이라고 밝혔다.
이에 맞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10억 달러를 내라는 것은 좌파정부가 들어오면 '코리아 패싱'을 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저는 이 문제를 셰일가스를 대폭 수입하는 것으로 정리하겠다. 그러면 모든 통상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도 외교적 관계를 시작할 때 기본적인 가정조차 다 한 번씩 흔들고 결과적으로 협의하는 과정을 거쳤다. 우리 대통령이 뽑히기 직전에 그런 시도를 하는 것이라고 본다"며 "우리가 돈을 부담할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도 "정부 간에 약속했기에 우리가 10억 달러를 낼 이유가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사업가 출신이라 다른 것을 노리고 친 것 같다. 아마 방위비 분담금 압박이 들어오지 않겠나 싶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FTA 재협상 또는 폐기 압박을 놓고서는 공수가 바뀌었다. 과거 민주당 등 야권의 FTA 반대가 잘못됐음을 반증한다는 논리다.
홍 후보는 "한미 FTA가 체결될 때 민주당에서 '을사늑약'이라고 하고 저한테 매국노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불평등하다며 개정을 요구한다"며 "대통령이 되면 칼빈슨호 함상에서 한미정상회담을 하고 사드와 FTA 문제를 모두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문 후보의 사드 공세에 "오히려 가장 크게 걱정하는 건 FTA 이야기다. 다음 대통령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중 하나가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여러 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합의하는 것"이라며 FTA에서 지적재산권 관련 조항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문 후보는 "한미 FTA를 체결한 사람이 우리(민주당)"라고 반박했고, 심 후보는 "제가 대통령이 되면 FTA의 독소조항, 농업 분야를 과감히 개선하겠다"고 맞섰다.
증세에는 안·유·심 후보가 찬성하면서도 각론에서 뚜렷한 온도 차를 보인 반면, 홍 후보는 나홀로 반대 입장을 취했다.
안 후보는 "저는 오래전부터 '중부담 중복지'를 주장했다"며 "우선 재정을 효율화하고 실효세율을 정상적으로 만든 다음 국민적인 공감대를 얻어 증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후보는 "2018년부터 1년에 0.5%포인트씩 올려서 2021년에는 21.5%의 조세부담률이 되도록 하겠다"며 "명목 법인세를 이명박 정부 이전 수준인 25%로 올릴 것"이라고 공약했다.
심 후보는 "'중부담 중복지'로 가려면 170조 원을 사회복지에 더 써야 한다. 그중 세금으로 70조 원을 할 것"이라며 "강력한 증세를 통한 복지국가로 나갈 의지가 없다면 '중부담 중복지' 국가를 한다는 말을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홍 후보는 "감세나 현재 상태를 유지하자는 사람은 저밖에 없는 것 같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법인세를 15%로 내린다고 했는데 우리만 정반대로 가는 게 아니냐. 법인세는 현상유지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자리 해법의 주체를 공공으로 할지, 민간으로 할지에 대해서도 후보들의 의견이 나뉘었다.
문 후보는 "일자리를 여전히 기업에 맡겨야 한다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한 주장"이라며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공약을 강조했으나, 유 후보는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들면 저는 200만 개, 300만 개도 만들 수 있다"고 비판했다. 안 후보는 "민간 주도, 특히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이 성장해야 질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긴다"고 밝혔다.
또한, 노조 문제에 대해 홍 후보는 "기업으로 하여금 투자를 하게 하려면 우선 강성귀족노조의 폐해를 막아야 한다"며 "삼성은 강성귀족노조가 없기 때문에 세계 1위 기업"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문 후보는 "경제위기를 다 강성노조 탓만 한다"고 비판했고, 심 후보는 "우리보다 노조가 강한 독일과 프랑스는 경제위기에도 튼튼하게 버틴다. 궤변이 아니라면 가짜뉴스"라고 맹비난했다.
다만 홍 후보는 재벌에 관해서도 "협력업체에 갑질하는 재벌의 못된 버릇을 고쳐야 한다"며 "단가 후려치기와 일방적으로 기술을 뺏는 것을 못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후보도 "재벌이 총수 일가의 이름으로 비상장 계열사를 만들어 일감을 다 몰아주는 것도 금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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