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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쿨' 한 유치원은? 獨FC 상파울리 홈구장 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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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쿨' 한 유치원은? 獨FC 상파울리 홈구장 유치원

파울리 클럽 8년전 홈구장 개보수후 공간 활용 유치원 개설

"관중석은 아이들 거대한 놀이터…유치원 베란다서 부모와 아이 경기 관람"

파울리 클럽 " 지역 주민에 대한 책무… 선수들, 원아들에 책 읽어주기도"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축구경기장 안 관중석 자리에 유치원이 있다면, "세계에서 가장 쿨(cool, 멋진 등의 복합적인 의미)한" 유치원인지는 이견이 있겠지만 가장 이색적인 장소에 있는 유치원인 것만은 틀림없다.



독일 북부 함부르크시 장크트 파울리(St. Pauli) 지역의 밀레른토르 경기장에는 어린이집을 겸한 유치원이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6일 소개했다.

관중석 약 3만 개의 이 경기장 한쪽 편에서 관중석을 내려다보는 곳에 자리 잡은 이 유치원은 빈곤층 아동에 대한 교육에서 시작해 근대교육의 아버지로 불리는 18세기 스위스 교육가이자 사상가인 페스탈로치의 이름을 딴 페스탈로치재단이 지난 2010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유치원 측은 경기장 내 잔디 구장과 지하보도, 지붕 등을 원생들의 야외활동 장으로 활용한다. 관중석 스탠드는 아이들의 거대한 놀이터이다. 이 경기장을 홈구장으로 둔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의 2부리그 소속 상파울리 팀 소속 선수들이 유치원에 들러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기도 한다.

경기가 있는 날이면 운동장 쪽으로 난 유치원 베란다의 전망 좋은 자리를 먼저 예약하려는 학부모들의 경쟁이 벌어진다. 오후에 아이들을 데리러 온 부모들이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가는 다른 유치원들과 달리 이 유치원 부모들은 아래 시원하게 펼쳐진 운동장을 내려다보며 뭉기적거린다.

이 유치원이 축구경기장 안에 자리 잡게 된 것은 8년 전 FC 장크트파울리(상파울리)클럽이 경기장을 개보수하면서 경기장 서남쪽 모퉁이에 새로 설치한 관중석 두 단 사이에 건물이 들어설 만큼 공간이 생기자 클럽 측이 지역사회와 연계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생각해냈다.

"우리 클럽은 지역주민들에 대한 클럽의 책무를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제1 유전자"라고 클럽 측은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밝혔다.

지역주민과 클럽의 이러한 사회적 의식은 독일 내에서도 독특하다. 상파울리 팀은 잠깐 1부 리그에 진출한 적도 있지만 지난 수년간 2부 리그에서 그저 그런 정도의 성적을 내는 실력임에도 함부르크 바깥에서도 인기가 높다.

주된 팬층이 정치적 좌파 경향으로 인종주의와 동성애 혐오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경기장 꼭대기에 독일어로 "파시스트들에 축구는 안 돼" "불법적인 존재인 사람은 없다"라는 간판이 높게 달려 있을 정도다.

장크트 파울리 지역은 노동자 계급이 주로 사는 곳이다. 경기장 길 건너편엔 사창가도 있다. 최근엔 재개발로 원주민들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도 진행 중이다.

이 유치원엔 생후 8개월부터 6세까지 영유아 130명이 교사와 보모 20명의 돌봄을 받고 있다. 경기 시작 수 시간을 앞두고 유치원 안에서 아이들이 놀거나 수업하고 있을 때 바깥 입구 쪽 매대 상인들은 소시지를 구우면서 시원한 맥주로 호객하고 있다.

"경기 시작 한 시간을 앞두자 유치원 바깥쪽 베란다엔 젊은 부모들이 커피와 주전부리를 들고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유치원 현관 바깥에선 한 사내가 유치원 벽에다 토사물을 게워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역사회와 얽힌 유치원의 모습을 묘사했다.

경기가 시작되면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경기를 구경하거나 교실마다 배치된 교사, 보조교사들과 함께 논다. 부모들은 경기를 관람하면서 서로 친해지고 교사들과도 알게 된다.

다섯 살과 두 살 난 아이를 이 유치원에 보내는 한 유치원 교사는 "아이들도 (관중들과 함께) 제법 함성을 지를 줄 안다"며 미소를 지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yd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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