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간 차타고 한 표 "누구나 해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에"
유럽서도 대선 재외국민 투표 시작…소중한 참정권 행사
2012년 대선·2016년 총선때보다 유권자 등록 인원 급증
(유라시아·중동 종합=연합뉴스) 제19대 대통령선거 재외국민 투표가 25일(현지시간) 유럽에서도 시작됐다.
투표 첫날인 이날 오전 투표소들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지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유권자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유럽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은 주말에 투표하는 유권자들이 많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영국, 독일, 벨기에, 스위스 등에선 2012년 18대 대선과 2016년 20대 총선 때와 비교해 투표자 등록인원이 크게 늘어 이번 대선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영국 런던 도심의 한국대사관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10여명이 줄을 서서 기다린 뒤 오전 8시 투표 시작과 동시에 투표에 참여했다.
대부분 유학생인 이들은 등교 전에 투표하려고 서둘러 투표소를 찾았다. 이후에도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져 오전 10시 현재 100여명이 투표를 마쳤다.
에든버러에서 8시간 차를 타고 온 유학생 이승미 씨는 "큰 결심이라기보다는 누구나 국민이면 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기꺼이 왔다"고 말했다.
이 씨는 "국민이 통합할 수 있고 좋은 세상 만드는 데 제 한 표가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투표했다"고 했다.
유권자 6천924명이 등록한 영국과 5천730명이 등록한 프랑스는 투표소가 런던과 파리의 한국대사관 한 곳뿐이어서 투표에 참여하려면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유권자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독일에서도 수도 베를린에 있는 한국대사관 등 주요 공관 4곳에 투표소가 설치돼 이날 오전부터 투표가 시작됐다.
예상선거인 추정치 2만2천770명 가운데 절반가량인 1만1천192명이 투표하겠다고 등록했다. 국외부재자는 1만 616명, 영주권자 등 재외선거인은 576명이었다.
이 중 베를린 한국대사관 투표소 기준으로 예상선거인 대비 등록 유권자 수의 비율을 보면 66.04%를 기록했다. 이는 직전 18대 대선 때 기록된 48.04%, 작년 20대 총선의 24.00%보다 월등하게 높은 것이다.
이런 증가세는 다른 국가들에서도 비슷하게 확인됐다.
영국에선 6천924명이 등록해 18대 대선(2천891명)과 20대 총선(1천769명)과 비교하면 각각 배 이상, 4배 이상으로 늘었다. 브뤼셀에서도 493명이 등록해 18대 대선(346명)보다 42% 많았고, 20대 총선(234명)과 견줘도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938명이 등록한 스위스 역시 20대 총선 때보다 4배 가까이 많은 인원이다.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 한국대사관에 차려진 투표소도 투표가 시작되자마자 교민 10여명이 한 표를 행사했다. 두 시간 반 가량 지날 무렵까지 모두 50여명이 투표했다.
모스크바에서 20년 가까이 거주해온 교민 오선근 씨(사업)는 "처음으로 재외국민투표를 했다"면서 "최근 국내 상황이 국민의 적극적인 목소리를 요구하는 것 같아 해외에 거주하고 있지만 한 표를 행사하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경제가 어려운 만큼 새로 뽑힐 대통령이 경제 문제에 많은 신경을 써 줬으면 좋겠다"면서 "또 한반도 위기가 높아진 상황에서 안보와 국방도 튼튼히 할 수 있는 대통령이 나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동료 3명과 함께 투표소를 찾은 주재원 유왕종 씨는 "건설분야에서 일하다 보니 경제 문제에 더 신경이 쓰인다. 새 대통령이 경제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쏟아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정책들을 추진하길 기대한다"고 바랐다.
러시아에선 모스크바 대사관과 블라디보스토크·이르쿠츠크·상트페테르부르크 총영사관 투표소 등에 모두 2천186명이 선거인 등록을 했다.
중동 이집트에서도 유권자들이 수도 카이로에 있는 한국대사관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아와 한 표를 행사했다.
이집트 공휴일인 이날 카이로 주재 교민과 윤순구 주이집트 한국 대사 등 대사관 직원 대부분도 오전에 투표에 동참했다.
이집트에서는 전체 선거권자 700여명 가운데 471명의 재외국민이 등록했다.
이집트 재외선거관리 위원회 관계자는 "온라인으로 선거 등록을 하는 등 절차가 간편해지면서 기존 선거 때보다 등록률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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