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왜 군부대 '일련번호'에 올인하나…장쩌민 파벌 '정조준'
19차 당대회 앞두고 인민해방군 내 장쩌민 세력 제거 나서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최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중국 인민해방군 역사상 처음으로 군부대들에 일련번호를 부여하고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을 지역별로 나눈 중부·북부·동부·서부·남부 등 5개전구(戰區) 산하에 2∼3개씩 배속된 집단군에 특징없이 순서대로 번호를 붙인 것이다.
각 전구 산하에 대개 육군 부대들의 집합체인 집단군은 현재 13개로 각 집단군에 71부터 83의 번호가 주어졌다.
집단군은 여러 개의 사단으로 구성된 한국군의 '군단' 정도로 볼 수 있다.
중국은 현재 인민해방군 지휘체계를 '집단군-사단-연대-대대'에서 '집단군-여단-대대' 체제로 바꾸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13개 집단군 산하에 84개 군급(軍級·집단군이나 성<省>군구 이상) 단위가 포진돼 있다.
문제는 마오쩌둥(毛澤東) 지휘하의 항일 투쟁 시절부터 각 집단군은 나름의 영광의 역사를 갖고 기존의 집단군 번호에 전통을 새기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달리 해석하면 1949년 70개였던 집단군의 수가 마오쩌둥·덩샤오핑(鄧小平)·장쩌민(江澤民)·후진타오(胡錦濤) 집권 시기를 거치며 13개로 줄어드는 과정에서도, 해당 집단군은 전통을 바탕으로 파벌을 형성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군 장악에 힘써왔던 장쩌민은 '상왕'으로서 후진타오 집권기에도 군을 좌지우지 했으며 올해로 90세인 그의 인민해방군 내 세력은 여전히 만만치 않아 시 주석의 인민해방군 개혁 작업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 것이 바로 시 주석이 집단군 일련번호 부여를 강행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중국 내에선 시 주석 집권 이후 부정부패 사범으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거나 수사 중에 사망한 궈보슝(郭伯雄)·쉬차이허우(徐才厚) 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사건 이후 인민해방군 개혁작업과 더불어 파벌 청산작업이 이뤄지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시 주석이 오랫동안 인민해방군을 농단해온 장쩌민 계열의 궈보슝과 쉬차이허우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을 척결했고, 집단군 일련번호 부여라는 획일화로 기존 형성된 파벌을 타파함으로써 '1인체제' 구축으로 한걸음 더 다가서려 한다는 것이다.
궈보슝은 '서북 이리', 쉬차이허우는 '동북 호랑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해당 지역에서 입지가 탄탄했다고 할 수 있다.
25일 환구망(環球網)과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 간쑤(甘肅)성 가오타이(高台)현 정부 웹사이트는 서부전구 육군 부사령원 왕카이(王凱) 소장과 76집단군 부군장 차오쥔장(曹均章) 소장 일행이 지난 18일 가오타이현 중국농공홍군 서로군 기념관을 참관했다고 전해, 이미 집단군 일련번호 부여가 완료됐음을 알렸다.
해당 지역의 집단군이 시 주석이 추진하는 집단군 일련번호인 '71부터 83' 사이의 번호 하나를 받았다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의 시중쉰(習仲勳·1913∼2002) 전 부총리가 국공내전 기간 정치위원으로 근무했던 1집단군 일련번호도 72집단군으로 바뀐 것으로 확인됐다.
시 주석의 이런 인민해방구 내 파벌 척결 드라이브가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는 지적도 있다.
SCMP는 지난달 퇴임한 두진차이(杜金才·65) 중앙군사위원회 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당국 조사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 이는 장쩌민 파벌 제거 노력의 하나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소식통을 인용해 "2000년대 초부터 10년 이상 궈보슝과 쉬차이허우가 두진차이를 발탁해 승진시켰다"며 "두진차이의 퇴임은 올 가을 제19차 당대회 전에 궈보슝과 쉬차이허우의 악영향을 모두 제거하겠다는 시 주석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SCMP는 장쩌민의 측근인 자팅안(賈廷安) 인민해방군 상장(上將·대장격)도 퇴임할 것으로 예상되며 조사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지난 2월 범죄 조사를 사유로 전인대 대표 자격을 박탈당한 왕시빈(王喜斌·69) 전 국방대 총장이 쉬차이허우 사건에 연루돼 있다는 설(說)도 흘러나오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이들 매체에 따르면 시 주석은 최근 84개 군급 단위 재편 과정에서 궈보슝의 권력기반으로 알려진 서부전구 47집단군을 포함해 장쩌민 파벌과 연관된 5개 집단군을 해체해 13개 집단군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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