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박, 이제는 남중국해서 '난파선 도둑질'까지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남중국해에서의 불법조업으로 동남아 국가들과 갈등을 빚어 온 중국 선박들이 이제는 난파선까지 불법으로 인양해 고철로 팔아치우고 있다.
23일 자카르타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해군은 지난 20일 오후 2시 30분(현지시간) 남중국해와 인접한 리아우주(州) 아남바스 제도 인근에서 중국 국적의 8천352t급 그랩 준설선 '추안홍 68'을 나포했다.
해당 선박은 1969년 아남바스 제도에서 침몰한 스웨덴 선적의 초대형 유조선 '세븐스카이스'호의 잔해를 무단으로 건져내다가 적발됐다.
64m 해저에 가라앉아 있는 세븐스카이스는 주변 어민들의 주요 어장인 동시에 해외 관광객들의 스쿠버다이빙 명소였는데, 이를 대형 크레인으로 부숴 인양하려 한 것이다.
인도네시아 해군은 현장에서 중국인 16명과 인도인 3명, 말레이시아인 1명 등 선원 20명을 연행했다.
추안홍 68은 이후 인도네시아 해군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공해상으로 도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도네시아 해군 당국자는 "추안홍 68을 항구로 가져오기 위해 인근 어선에 감시 인원 한 명을 남겨두고 일단 철수한 뒤 군함을 파견했는데, 도착해보니 배가 사라져 있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선박 내부 은신처에 숨어있던 다른 선원들이 배를 몰고 달아난 것으로 보고,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수배를 요청할 계획이다.
추안홍 68은 올해 초 말레이시아에서도 2차 세계대전 당시 격침된 구 일본군 수송선 3척을 인양해 논란이 됐던 선박이다.
보르네오섬 북부 말레이시아령 사바주(州) 앞바다에 가라앉아 있던 이 난파선들은 세븐스카이스와 마찬가지로 물고기들이 몰리는 황금어장이자 주요 관광 자원이었지만 완전히 훼손돼 원형을 상실했다.
추안홍 68은 말레이시아 사바 대학(UMS) 고고학부를 통해 연구 목적으로 인양을 승인받았다고 주장했으나, 현지에선 선박에 사용된 고가의 금속 부품을 노린 범죄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남중국해 일대에선 최근들어 침몰선의 선체가 통째로 사라지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선 작년 11월에도 자바해에 가라앉아 있던 영국 중순양함 엑시터호와 구축함 인카운터호, 미국 잠수함 퍼치호 등 연합군 소속 군함 5척의 잔해가 바닥이 팬 흔적만 남긴 채 사라져 관련국과 외교갈등까지 빚어졌다.
국제법상 침몰한 군함은 시신이 내부에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전몰자 묘역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해당 선박들은 태평양 전쟁 초기 구일본군과 교전하다 침몰한 군함들이며 당시 사망한 연합군 병사는 2천100여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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