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도 만들듯 이어가며 공간 확보…'지장물 엉킨' 선내 수색 최악
"기계장비 도입은 어려워, 한여름이 걱정"
(목포=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세월호 선내 수색 엿새째인 23일 내부로 작업자들이 들어갈 수 있는 진입로는 속속 추가 확보됐지만, 선내 수색 작업은 여전히 고되다.
미수습자들의 흔적을 찾는 작업은 작업자들이 장갑을 낀 손으로 선내 곳곳과 유류품에 묻은 진흙을 계속 걷어내 가면서 하루 한, 두 걸음씩 전진하며 진행되고 있다.
◇ 수색 공간 좁고, 바닥엔 지장물 서로 엉켜 있어
수색이 생각처럼 쉬지 않은 것은 수색 공간 자체가 좁고, 밖으로 들어내야 할 지장물들이 서로 엉키고 끼어 있어서다.
수색하려면 우선, 작업자들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아래가 비어 있는 사각형 모양의 비계(철재 구조물)를 마치 갱도를 만들 듯 이어가며 작업 공간을 확보한다.
이 비계가 만든 너비 2.5m, 높이 2m 공간을 따라 작업자들이 맨손으로 진흙을 걷어내며 유류품 등을 찾는다.
이 작업 역시 쉽지 않다. 일단 바닥이 울퉁불퉁한 형태다. 게다가 이 울퉁불퉁한 공간 사이에 커튼, 카펫, 석고보드 등이 서로 엉키고 설킨 채 끼어 있다.
세월호 침몰 때 배가 왼쪽으로 누우면서 선내 물품들이 좌현 쪽으로 쏟아지고, 이 상태에서 해저면과 맞닿는 등 충격이 생기면서 좌현 쪽이 찌그러지면서 물품을 모두 물어 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바닥에 있는 커튼 하나, 카펫 하나를 꺼낼 때 두 팔로 잡아당겨도 꿈적하지 않은 때가 허다하다.
결국, 소형 전기톱 등을 이용해 지장물 일부를 잘라내야 할 때도 있다.
선체 충격 과정에서 파손돼 들쑥날쑥 여러 방향으로 삐져나와 있는 각종 배관 등은 작업자에게 또 다른 장애물이다.
작업자들은 펄 때문에 바닥이 미끄러운 상황에서 이런 장애물까지 피하며 수색하고 있다.
◇ 선내 물건들 빼내기도 쉽지 않아
지장물을 빼냈다 해도 배 밖으로 가지고 나가기 역시 쉽지 않다.
작업 공간을 만드는 비계는 무너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지지대 역할을 하는 비계 중에서 지지대 역할을 하는 두 기둥 사이를 대각선, 즉 X자 모양으로 버티는 바가 설치돼 있어, 이 X 모양 사이로 물건을 넘겨야 한다.
물건을 넘기는 것 자체가 힘들지만, 큰 물건을 아예 빼내는 것 자체가 어려워 안에서 공구를 이용해 분해하는 실정이다.
진입로까지 물건을 옮겨도 기존에는 진입로 자체가 좁아(가로 1.2m, 세로 1.5m) 다소 지연됐으나, 지금은 이들 진입로를 넓히는 작업이 진행돼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여건상 수작업이 안전…"한여름 작업이 걱정"
작업자들 선체 훼손 줄이고, 사고 위험 낮추기 위해선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현재의 방식이 안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작업 관계자는 "기계장비를 쓰기에는 선체 훼손 우려와 안전사고 위험이 있어 쉽지 않다"며 "기계를 옮기는 과정에서 사고가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작업자들은 걱정스러워 하는 것은 한여름 작업이다.
선내 온도는 현재도 외부보다 10도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온이 올라가면 선내 진흙에 있는 미생물이 증식해 악취가 심해지는 등 상황도 생기고, 태풍이 오면 빗물 유입 등도 고려해야 한다.
작업 관계자는 "선내 수색을 시작한 지 며칠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기는 싫다"며 "다만, 기온이 올라가면 선내 수색작업 환경이 더 열악해질 것이라서 대책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세월호 선내 수색 엿새째인 23일 단원고 학생이 머문 4층 객실 선수에 3곳, 선미에 1곳의 진출입로가 확보됐다.
또 선미의 개구부(이미 열린 공간)를 통해 진출입로가 추가로 확보될 예정이다.
cant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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