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시험 소변봉투' 개선하랬더니…사전신청자만 화장실 허용
인사처 '화장실 이용 사전신청제' 도입…인권위 "실효성 없어"
행자부는 '지방공무원 시험 소변봉투 폐지'…새 매뉴얼 마련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공무원 시험장 소변봉투는 인권침해'라는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과 관련, 제도개선 권고를 받은 안전행정부는 소변 봉투를 없애기로 했지만, 인사혁신처는 사전신청자에 한해 화장실 이용을 허용하기로 하면서 새로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행자부가 총괄하는 지방공무원 시험의 응시생은 시험 중에도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지만, 인사혁신처가 총괄하는 국가공무원 시험의 응시생은 미리 신청하지 않으면 예전처럼 시험장 뒤편에서 소변을 봐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공무원 시험 소변봉투 인권침해 논란은 수원시인권센터가 지난 2015년 9월 3일 인권위에 진정을 내면서 주목을 받았다.
같은 해 6월 27일 경기도내 30개 시·군 공무원 시험과정에서 응시생들의 화장실 출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채 화장실 사용을 요구하는 남녀 수험생 모두에게 시험장 뒤편에서 소변봉투로 해결하도록 한 것이 알려지면서 수원시인권센터가 심각한 인권침해가 우려된다며 행정자치부에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그러나 행자부가 시험의 공정성이 우선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자 수원시인권센터가 인권위에 진정을 냈고, 1년여만인 지난해 8월 24일 인권위가 시험시간을 융통성 있게 조정하거나 응시자에게 화장실 이용을 허용하는 방안 등을 포함해 응시자 인권이 침해되지 않게 제도를 개선해 시행할것을 행자부장관과 인사혁신처장에게 권고했다.
이런 인권위의 권고가 내려진 지 7개월이 지난 현재 공무원 시험 응시생들의 소변봉투 사용은 엇갈리고 있다.
지방공무원 응시생은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게 됐지만, 국가공무원 응시생은 여전히 소변봉투를 이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공무원 시험 총괄기관인 행자부는 인권위 권고를 반영한 새로운 지방공무원 공채 필기시험 매뉴얼을 만들어 시험을 시행하는 시·도에 보냈다.
이 매뉴얼에는 응시자가 화장실 사용 요구 시 소변의 경우 휴대용 소변기(소변봉투)와 접 우산을 이용해 시험실 후면에서 소변을 보도록 하라는 예전의 시험감독관 근무요령이 빠졌다.
대신 수능, 토익, 대기업 입사시험처럼 응시자들의 화장실 이용을 허용하되 복도감독관의 동행, 금속탐지기 운영 등 부정행위 방지에 대한 대응 요령을 담았다.
안행부 관계자는 "시도의 의견을 수렴해 매뉴얼을 보완한 뒤 오는 9월 23일께 지방공무원 7급 공채 시험에 처음으로 적용할 계획"이라면서 "시행 후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개선하고 보완해 필요하면 1018년도에는 확대 시행하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국가공무원 시험을 관할하는 인사혁신처는 '화장실 이용 사전신청제'를 새로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응시자가 시험 전에 미리 화장실 이용 신청을 하면 그런 응시생들만 따로 모아 시험을 보게 하면서 지정된 화장실을 이용하도록 한 것이다.
지난 2월 8∼10일 지역인재 7급 수습직원 선발시험에 이를 처음으로 적용해 화장실 이용을 사전에 신청한 5명에게 편의를 제공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인권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대안으로 만든 것이 화장실 이용 사전신청제"라면서 "올해 몇 개 채용시험에 시범 적용한 뒤보완해 확대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소변 봉투를 없애는 방향으로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전신청자를 제외한 대다수의 응시생들은 돌발적으로 화장실 이용이 필요한 일이 발생하면 여전히 소변 봉투를 사용할 수 밖에 없어 논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권위도 인사혁신처의 사전신청제가 실효성이 없어 권고를 수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권위 관계자는 "시험 수개월 전에 화장실을 가게 될지 어떻게 알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사전신청제가 실효성이 없는 것이 아니냐"면서 "인사혁신처는 인권위의 권고취지대로 수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만약 소변봉투에 대한 똑같은 진정이 들어오면 재권고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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