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시중은행에 "조선사 여신, 무차별적 회수 말아달라"
"시중은행은 대우조선 주주이자 채권자…관심 가져달라"
엄정한 신용위험평가 강조…해운 기업 올해 전수평가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시중은행장들을 만나 조선업 관련 여신을 무차별적으로 회수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진 원장이 직접 조선업 구조조정 관련 협조를 시중은행에 부탁한 것은 지난해 6월 정부가 각 회사가 몸집을 줄여 조선 '빅3'를 유지한다는 구조조정 방향을 발표한 이후 10개월 만이다.
진 원장은 21일 오전 열린 신한·우리·하나·국민은행 등 15개 은행장과의 조찬 간담회 자리에서 시중은행들이 대우조선 채무 재조정 과정에 협조해 준 데 감사를 표했다고 금감원이 밝혔다.
진 원장은 대우조선 경영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시중은행들이 주주이자 채권자로서 회사 경영에 계속해서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채무 재조정 과정에서 시중은행들은 무담보채권 7천억원 가운데 80%를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20%는 만기를 5년 연장했다. 대우조선에 대한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도 5억달러 규모로 재개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진 원장은 "조선업종의 전반적인 영업여건이 어렵다는 이유로 조선사, 관련 협력업체의 경영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획일적·무차별적으로 여신을 회수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조선업 구조조정에 차질이 없도록 은행이 정상적인 여신거래를 유지해 달라는 취지다.
구조조정 기업을 가려내기 위한 신용위험평가를 강화된 기준에 맞게 엄정하게 해달라는 점도 강조했다.
진 원장은 "해운업 관련 기업을 전수 평가하는 등 고위험 업종에 대한 세부평가 대상 기업 수를 확대하고, 온정적 신용위험 평가가 되지 않도록 관리해달라"고 요청했다.
은행들은 오는 7월까지 기업 신용위험평가를 마무리해야 한다.
가계대출 관리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금감원은 4월 이후 이사철 등 계절적 요인과 분양물량 증가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진 원장은 "은행 스스로 마련한 가계대출 관리계획을 철저히 지키고, DSR(총체적상환능력비율)를 원활하게 도입하는 등 일관된 리스크 관리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과정에서 전세자금, 서민 생계형 자금 등 실수요자들이 필요한 자금을 공급받지 못하는 부작용이 없도록 해달라고도 했다.
진 원장은 "은행이 스스로의 리스크 관리 능력에 따른 자금중개보다는 각종 정책적 보증 제도에 기반한 손쉬운 영업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며 "이를 중장기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편의점 ATM기에서 일어난 정보유출 사고에 대해선 "각 은행이 사고방지와 고객피해 예방을 위해 외주업체 관리를 강화하고, FDS(이상거래탐지시스템) 운영 시스템을 개선해달라"고 말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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