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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말은 하고 사는 '프로불편러' 언니들의 입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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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말은 하고 사는 '프로불편러' 언니들의 입담

신간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아니라고 말하는 게 뭐가 어때서'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좋고 싫음이 뚜렷하고 할 말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언니들이 있다. 불편하다는 성토로 상대를 불편하게 할 때, 차별과 편견이라는 낡은 벽을 조금이나마 무너뜨리고 자유를 쟁취하리라고 굳게 믿는다. 한국과 일본 '프로불편러' 저자들의 책이 나란히 나왔다.

페미니스트 홍승은씨의 에세이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동녘)는 일상에 비춘 한국사회의 여성혐오 보고서다. 춘천에서 '인문학카페 36.5°'를 운영하는 저자는 고등학교를 그만둔 탈학교 청소년에서 20대 시기를 통과해 나이 서른의 비혼주의자 여성으로 살아가며 겪은 크고 작은 폭력을 기록한다.

여자는 정숙해야 한다는 엄마의 핀잔, 대중교통에서 몸을 비벼오는 낯선 남성, 남자친구의 데이트 폭력, 명절이면 과도한 가사노동에 고통을 호소하는 결혼한 친구…. 저자의 경험은 대부분 여성이 공유하는 일상적인 불편함이기도 하다.

지적은 진보와 민주주의를 말하면서도 젠더 감수성이 없는 소위 '진보 마초'를 향한다. 직장생활을 하며 자본주의의 무서움을 알게 됐다는 한 청년이 카페에서 함께 일하고 싶다고 했다. 그의 페이스북에는 '김치녀의 실체'라는 제목의 글이 있었다. 여성들이 시댁에 돈을 요구하면서 정작 시댁을 기피한다며 비하하는 내용이었다. 정의감에 불타 카페를 찾아온 청년들은 종종 '박근혜는 여자라서 열등하다'는 엉뚱한 결론을 내리거나 '결혼을 안 해서 모성애나 따뜻함이 없다'며 비혼을 깎아내렸다.

'대한민국 효녀연합' 활동으로 유명세를 치른 동생 홍승희씨는 사회운동가로서 퍼포먼스할 때는 '개념녀', 페미니스트로서 발언할 때는 '배신자'가 됐다. 자매의 활동에 대한 반응은 '젊은 여자가 기특하다' 아니면 '젊은 여자라 모자라다' 둘 중 하나였다.

"사회적 활동을 하며 만난 남자들도 나를 동료라고 여기기 전에 잠재적 연애 대상 혹은 자신이 가르쳐줘야 하는 부족한 여자로 여겼다. 역사와 각종 철학을 줄줄 읊으면서도 젠더 감수성에는 일말의 관심도 없는 태도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308쪽. 1만3천500원.




일본 그림책 작가 겸 에세이스트 사노 요코(佐野洋子·1938∼2010)의 새 책도 나왔다. '아니라고 말하는 게 뭐가 어때서'(을유문화사)는 작가가 40대 때 중년의 '돌싱'으로서 쓴 짧은 글들을 모은 산문집이다. 솔직담백한 까칠함은 노년에 발표한 에세이보다 두드러진다.

1980년대 일본에선 "서른이 되면 여자는 현역에서 은퇴하라는 풍조"가 있었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 제일 기뻤던 일이 '이혼'이라고 당당히 말하는 작가다. "화가 날 때는 나 자신이 실로 멀쩡한 인간인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힘이 났다"는 대목에서 일본 '원조' 프로불편러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남자와 결혼, 출산과 양육에 대한 거침없는 발언이 시선을 붙잡는다. "살아가는 이유를 자연스럽게 깨우치지 못해서 먼 옛날 아담 시절의 환상이랄지 관념 같은 것을 필사적으로 쌓아 올리고 그 안에서 온 세상 남자들이 손을 맞잡고 싸우는 것 같달까요.", "결혼 생활에 익숙해지면 여자는 졸지에 온 힘을 다해 삶과 맞서 싸우고, 미련하리만치 고지식하게 삶과 온 힘으로 맞서 싸우다 모두 남자의 엄마가 된다." 전경아 옮김. 344쪽. 1만3천원.

dad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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