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사태 '정치적 해결' 촉구한 매티스 美국방
군사압박으로 반군 협상 테이블 유도…효과에 의문
(서울=연합뉴스) 정광훈 기자 = 중동·북아프리카 순방에 나선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예멘 내전 종식 방안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의 기본 입장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매티스 장관은 19일(현지시간) 첫 방문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살만 국왕 등 사우디 지도자들과 지역 현안을 논의한 뒤, 예멘 사태에 대한 미국 정부의 인식과 내전 종식을 향한 원칙론적 입장을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매티스 장관의 기자회견과 수행 기자들과의 대화 내용을 요약하면, 미국은 전통적 우방인 사우디가 주도하는 아랍동맹군의 예멘 반군 격퇴전을 지원하되 병력은 제공하지 않을 것이며, 궁극적으로 반군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 정치적으로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또 반군 측을 협상장으로 유인하려면 군사적 압박을 강화할 필요가 있고, 무엇보다 반군의 후원국이며 역내 최대 불안정 인자인 이란의 영향력을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매티스 장관은 아랍동맹군이 지원하는 예멘 수니파 아랍계와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반군 후티 간 정치적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의 목표는 예멘 분쟁을 유엔 중재 협상 테이블로 보내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 종식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매티스 장관은 이번주 초에도 수행 기자들에게 유엔이 예멘 내전 종식을 위한 평화협상을 추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휴전과 평화협상을 진척시키기 위해 유엔 특사가 임명됐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현재로선 휴전도 평화협상도 거리가 먼 얘기다.
매티스 장관은 특히 이란을 비난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란이 다른 국가의 안정을 흔들어 레바논의 친이란계 무장 정파인 헤즈볼라와 같은 민병조직을 만들려 한다며 이란의 기도를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동에서 문제가 생기면 반드시 이란이 관련돼 있다며 이란의 악행에 맞서 싸우는 사우디를 지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매티스 장관의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가 예멘에서 사우디 주도 아랍 동맹군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버락 오바마 전 정부는 이란과 핵 합의를 추진하면서 사우디와 관계가 소원해졌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사우디와 관계 개선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군사 지원 강화 방안에 드론 투입을 늘리고 정찰임무를 수행할 항공기를 지원하거나 사우디 공군기에 대한 급유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이 포함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미 국방부 관리들을 인용, 미국이 군사 고문 역할을 확대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예멘에 미군을 증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국방부는 예멘에 파견된 미군 병력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미군 특수부대가 이미 예멘에서 군사 고문 역할을 하거나 지난 1월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의 기습작전처럼 특수 임무에 투입되기도 한다.
미국은 예멘 내전 종식 못지 않게 예멘 중·남부에 거점을 둔 알카에다 조직을 분쇄하는데 관심을 쏟고 있다. 알카에다 예멘 지부인 알카에다아라비아반도(AQAP)가 주는 위협이 이라크·시리아 등지의 이슬람국가(IS)보다 심각하다는 게 미국의 판단이다.
분석가들은 후티 반군이 가까운 시일 내 협상 테이블로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반군 측에 군사 압박을 강화해 협상에 응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미국이 직접적인 군사 개입 가능성을 배제한 상황에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예멘 내전은 2015년 아랍동맹군이 사우디로 망명한 아베드라보 만수르 하디 예멘 대통령을 지원하기 위해 후티 반군을 전격 공습하면서 시작됐다. 출구를 찾지 못해 장기화 국면에 들어간 내전으로 지금까지 1만여 명이 숨졌고, 300만 명이 집을 잃고 떠도는 것으로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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