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비자 이어 시민권 시험도 강화…호주 우경화 가속
시민권 시험, 영어 까다롭게 하고 '호주의 가치'도 점검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 정부의 우경화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다.
호주 정부가 이틀 전 자국민 취업 우선을 목적으로 임시 취업비자(457비자)를 대수술한 데 이어 다시 시민권 획득 조건도 크게 강화하기로 했다.
호주 정부는 20일 더 나은 수준의 영어 능력을 요구하고 '호주의 가치'를 존중하는지를 세밀히 점검하는 쪽으로 시민권법을 개정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맬컴 턴불 총리는 "시민권 절차 및 자격 요건의 중심에 호주의 가치를 뒀다"며 "호주의 일원이 되는 것은 특권으로, 이는 우리의 가치를 지지하고 법을 존중하며, 더 나은 호주에 통합되고 기여하려는 사람에게 부여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호주 언론에 따르면 시민권 신청자는 국가에 대한 헌신, 종교적 자유와 성 평등에 대한 태도를 평가하는 시험을 거쳐야 한다.
구체적으로 시민권 신청자는 지역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취업을 하는 식으로, 또한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것을 통해 호주 사회에 통합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또 아동 결혼과 여성 할례, 가정폭력에 대한 개인적 의견도 내놓아야 한다.
가정폭력이나 조직범죄에 연루된 전력도 없어야 한다.
영어 시험의 경우 읽기와 쓰기, 듣기 등이 포함되는 쪽으로 더 까다로워진다.
시민권 신청은 현재는 영주권을 받은 지 1년 후에 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4년을 기다린 후에야 가능하다.
이밖에 시민권 신청자가 3차례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다시 신청하기 전에 2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턴불 총리는 시민권 시험이 단순히 의회나 각 주에서 뽑는 연방 상원의원 수 등을 질문하는 게 아니라 호주 사회를 묶는 가치인 상호 존중이나 법의 지배, 자유, 민주주의에 대한 의견을 물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시민권 시험은 호주 국경일과 정부 제도, 원주민 국기의 색깔 등을 묻는 객관식 질문으로 이뤄지며, 20개 항 중 최소 75%를 맞춰야 통과된다.
호주 정부는 이번 법 개정안이 의회를 통과하는 대로 발효하도록 할 예정이다.
주요 야당인 노동당은 이번 변화가 실질적이고 구체적이라기보다는 강경 보수 성향의 전 총리인 토니 애벗 하원의원이나 극우정당인 '하나의 국가'당 쪽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며 의구심을 내비쳤다.
호주 정부는 지난 18일 한국인들을 포함해 외국인들이 그동안 호주 정착의 기회로 삼았던 임시 취업비자(457비자)를 20여 년 만에 전격적으로 폐지하고 새 비자로 교체하기로 하면서 취업이민 규제에 나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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