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친정부 맞불 집회…2명 사망(종합)
반정부 시위대, 수도 등지서 경찰과 충돌…美 "야권 의견 묵살 우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베네수엘라에서 19일(현지시간)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 등을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와 친정부 지지자들의 맞불 집회가 열렸다.
엘 나시오날 등 현지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우파 야권연대 민주연합회의(MUD)와 지지자 수만 명은 이날 수도 카라카스를 비롯한 산 크리스토발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이날은 베네수엘라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지 207주년을 기념하는 날이다.
반정부 시위대는 이날 오전 수도 카라카스 26개 지점에 각각 모인 뒤 시내 중심가에 있는 행정감찰관청 앞으로 집결을 시도했다.
야권과 반정부 시위대는 베네수엘라 국기를 몸에 두른 채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식품과 생필품 부족, 세자릿수에 달하는 물가상승 등의 경제난을 야기하고 독재를 일삼는다며 퇴진을 촉구했다. 연기된 지방선거 시행일 확정, 조기 총선·대선 실시, 정치범 석방 등도 요구했다.
시위로 곳곳에서 충돌이 일어났고 사망자가 발생했다. 카라카스 시내의 주요 도로를 막은 군인과 경찰이 최루탄 가스와 고무탄 등을 쏘면서 반정부 시위대의 가두 행진을 저지하고 해산을 시도하자 시위대는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맞섰다. 이날 20개의 지하철역이 폐쇄됐다.
충돌 과정에서 시위에 참가하지 않았던 학생 카를로스 모레노(18)가 축구경기를 하고 귀가하던 중 친정부 시위자가 쏜 총탄에 머리를 맞아 병원으로 실려 간 뒤 수술 중 사망했다고 목격자들과 유가족들은 주장했다.
야권세가 강한 콜롬비아 국경도시 산 크리스토발에서도 시위현장을 벗어나던 대학생 파올라 라미레스(23)가 오토바이를 탄 무장 괴한으로부터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고 목격자와 친척들이 전했다.
이로써 이달 들어 반정부 시위 사태에 따른 혼란으로 인한 사망자가 7명으로 늘어났다.
베네수엘라 야권과 지지자들은 최근 대법원의 의회 입법권 대행 시도와 야권 지도자의 공직 선거 출마 금지에 대해 독재를 위한 쿠데타라고 강력히 반발하며 시위를 이어왔다.
수도 카라카스 중심가에서는 친정부 지지자들의 맞불 집회도 열렸다. 수천 명의 정부 지지자는 집권 통합사회주의당(PSUV)을 상징하는 빨간색 옷을 입은 채 평화를 요구하고 쿠데타 시도를 비난하는 내용이 적힌 손팻말과 깃발을 들고 맞불 집회를 열었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야권이 주장하는 평화 시위는 베네수엘라에서 사회주의를 종식하기 위한 쿠데타를 조장하기 위한 노력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그는 전날 미국의 사주를 받은 야권이 폭력을 동원한 쿠데타를 획책하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이 야권에 쿠데타를 위한 청신호를 줬다"면서 "보안군이 폭력과 죽음을 조장하기 위해 야권이 조직한 무장 특공대를 체포했다"고 말했다.
PSUV는 에콰도르,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중남미를 포함한 전 세계 20개국에서 베네수엘라 정부와 연대를 표명하기 위한 집회와 포럼 등의 행사가 열렸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불안정한 정국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은 "마두로 행정부가 자신들의 헌법을 어기면서 국민의 의견을 표현하려는 야권을 막고 있어 우려하고 있다"면서 "이런 우려에 대해 다른 국가들과 소통하면서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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