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유럽행 난민 아동들 밀입국 위해 몸팔아"
하버드대 보건·인권센터, 난민아동 실태 보고서 발간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부모 없이 혼자 탈출한 난민 아동들이 북유럽으로 가기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성매매까지 하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하버드대 보건·인권센터의 바실리아 디지디키 박사와 재클린 바바 교수는 그리스 난민 아동들이 처한 성적 착취와 학대 실태를 고발한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연구진은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등 분쟁지역에서 홀로 탈출한 아동들이 그리스에서 발이 묶여 유럽으로 가지 못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자신들이 영국을 포함한 북유럽 국가로 건너갈 수 있도록 도와줄 브로커들에게 줄 돈을 마련하지 못해서다.
일부 아동은 자금 마련을 위해 결국 성매매로 눈을 돌린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주요 내용이다.
성매매에 나선 난민 아동은 아프가니스탄과 시리아, 이라크, 이란 출신이 많다.
이들이 성매매 대가로 받는 평균 금액은 15유로(한화 약 1만8천300원)로, 성 매수를 하는 고객 대부분은 35세 이상 남성이다.
그러나 브로커들이 통상 수천 유로를 요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이들이 이렇게 성매매까지 해도 충분한 자금을 마련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심지어 일부는 약물에 중독된 채 성매매를 강요받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그리스 아동보호기관의 지난해 통계를 보면 부모 없이 혼자 그리스로 온 난민 아동은 5천174명에 이른다.
이렇게 혼자 있는 아동의 50% 가까이는 아동 친화적인, 특별 시설로 옮겨지기만을 기다리며 방치돼 있다.
그리스 정부 당국이 난민 아동을 위한 특별 캠프와 센터를 운영 중이지만 상당수는 이런 시설 혜택을 누리지 못한 채 폭력과 착취 위험에 노출돼 있다.
캠프 내에서 성폭력을 당하거나 마피아 조직 등이 수치스러운 사진을 강제로 찍은 다음 이것을 본국의 가족에게 보내겠다고 협박당하는 사례도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지난해 그리스로 유입된 난민 아동만 5천명이 넘지만 다른 유럽 국가로 이송된 수는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191명에 불과하다.
이는 "유럽 국가들이 난민 아동에게 영구적이면서도 안전한 집을 마련해주려는 노력을 망설이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진은 꼬집었다.
영국의 경우 중동 출신 난민 어린이 3천명 수용을 제안한 앨프 둡스 상원의원의 이름을 딴 '둡스 이민법 개정안'이 지난해 의회에서 통과됐지만 350명만 수용한 채 지난달 이후 더는 난민 아동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
보고서를 집필한 디지디키 박사는 "이런 위급 상황을 더는 무시해선 안된다"면서 "백주에 난민 어린이들이 단지 살아남기 위해 아테나 한가운데서 자신을 몸을 팔아야 하는 상황을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학대당한 아동을 위한 좀 더 특화된 쉼터와 법적 보호자 체계 개선, 난민 아동에 대한 정보 수집 서비스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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