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고용이 우선" 트럼프, '전문직 비자' 요건 강화한다
연방정부 조달 규정도 강화해 '바이 아메리카' 유도
"이제야 미국인 위한 정책 편다" vs "득보다 실이 더 클 것"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 기술기업의 외국인력 채용을 더 어렵게 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한다고 미 언론이 보도했다. 이 행정명령에는 연방정부의 미국산 제품 구매를 확대하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위스콘신 주 케노샤에 있는 공구 제조업체를 방문해 '미국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자(Buy American, Hire American)'라는 명칭의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다.
이 행정명령의 핵심은 지금껏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이뤄진 전문직 단기취업(H-1B) 비자 발급의 개혁에 있다.
H-1B 비자 발급이 무작위 추첨으로 이뤄지다 보니 인포시스, 타타, 와이프로 등 인도 IT 대기업들은 수만 건의 신청을 해 발급 확률을 높이는 전략을 써왔다.
H-1B 비자는 매년 8만5천 건이 발급되는데, 지난해 신청 건수는 23만6천 건, 올해는 19만9천 건에 달한다. 인도 대기업들이 수만 건씩 신청한다면 당연히 이들은 가장 큰 몫을 가져가게 된다.
미국의 인력 파견업체들과 IT 대기업은 이러한 허점을 악용해 고임금의 미국인을 구조조정하고, 대신 저임금의 외국인력을 고용하고 있다는 것이 트럼프 정부의 시각이다.
이를 막기 위해 이번 행정명령은 '가장 기술력이 뛰어나고, 가장 임금이 높은' 외국인력에 H-1B 비자를 우선 발급하는 안을 담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석사학위 이상의 고급인력이 우선권을 얻게 되고, 저임금 인력의 유입은 줄어든다.
행정명령은 ▲ 비자발급료 인상 ▲ 미 IT산업의 실제 임금수준을 반영한 임금표 조정 ▲ 법 위반행위의 광범위한 단속 등도 포함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무부, 노동부, 국무부, 노동부 등이 새로운 이민 규정을 적용해 이주노동자 프로그램의 남용과 사기를 단속하도록 명령할 예정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였던 마이크 에먼스는 2002년 지멘스ICN에서 해고당할 당시를 회고하며 "나는 해고당하기 위해 나의 대체인력을 교육해야 했다"며 이는 일생에서 가장 끔찍한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일부 미 기업은 해고된 사람이 대체인력을 교육해야만 퇴직금을 지급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는 "지금 트럼프가 하는 일은 부시나 오바마가 했던 일, 아니면 힐러리가 했을 일보다 수천 배 나은 일"이라며 "그는 우리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 행정명령은 미 연방정부의 구매 입찰에 외국 기업의 참여를 제한하고, 공공 건설공사 등에서 미국산 제품의 구매를 확대하는 내용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외국 기업이 이 같은 제한 규정을 우회할 수 있도록 하는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세계무역기구(WTO) 조항 등을 재검토하는 방안도 담을 것이라고 미 언론은 전했다.
이 같은 행정명령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변심'에 대한 유권자들의 비판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WP는 분석했다.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유보한 것,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일부 조항만을 손보기로 한 것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던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살리기'를 버린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비판을 염두에 두고 새 행정명령을 러스트 벨트의 핵심 주 중 하나인 위스콘신 주의 제조업체에서 발표한다는 얘기다.
새 행정명령이 의도한 만큼의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라고 미 언론은 분석했다.
외국인력 도입과 관련된 법규의 전면적인 개정을 위해서는 미 의회의 찬성이 필요한데, 의회 내에서는 이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규제 강화가 뛰어난 기술인력의 미국 이민을 위축시켜 결국 미국의 경쟁력을 깎아먹을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기술기업 로비단체인 '컴피트 아메리카(Compete America)'의 스콧 콜리는 "2차 피해를 생각하지 않고 (외국인력 도입 프로그램에) 대형 해머를 휘두른다면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을 것"이라며 "변화는 필요하지만, 이를 어떻게 실행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ss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