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피부 점액서 항바이러스 물질 찾았다
미국·인도 공동 연구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파괴 '유루민' 발견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테니스공만 한 크기에 화려한 색을 띤 남인도개구리(Hydrophylax bahuvistara)의 피부 점액에서 바이러스를 파괴하는 물질이 발견됐다.
미국 에모리대와 인도 라지브간디생명공학센터 등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진은 이런 연구 결과를 19일 국제학술지 '면역'(Immunity)에 발표했다.
개구리의 피부에서는 종종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감염을 막을 수 있는 '숙주 방어 펩타이드(peptide)'가 발견된다. 펩타이드는 단백질의 구성단위인 아미노산이 여러 개 연결된 물질이다.
연구진은 남인도개구리 피부에서 이런 물질을 찾기 위해 점액을 채취, 32개 펩타이드를 얻었다. 점액을 채취한 뒤 개구리는 서식지로 돌려보냈으며, 추가 실험은 실험실에서 32개 펩타이드를 합성해 진행했다.
그 결과 H1N1, H1N2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에 '치명타'를 입히는 4개 펩타이드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중 3개는 사람의 적혈구에 구멍을 내 터뜨리는 독성이 있었다.
연구진은 독성이 없는 1개 펩타이드에 '유루민'(Urumi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는 유연하게 휘는 인도의 전통 장검(長劍)인 '유루미'(Urumi)에서 온 것이다.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자, 유루민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붙어 바이러스를 파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바이러스에 감염된 쥐의 콧속으로 유루민을 주입해주면 쥐의 70%가 살아남았다. 유루민을 주입하지 않았을 때 생존율은 20% 정도다.
이번 연구의 공저자로 참여한 이송희 미국 에모리대 연구원은 "개구리 피부에서 분비된 숙주 방어 펩타이드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구조에 변형을 일으켜, 감염을 '원천 봉쇄'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그는 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돌연변이가 쉽게 생기므로 기존 약이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유루민은 이런 약제 내성 바이러스에도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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