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폭력 도시' 시카고…주말 밤사이 총격에 34명 사상
경찰에 신고된 총격 20건 웃돌아…시카고 전역서 '공포'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 미국 제3의 도시 시카고가 점점 흉포한 '총기폭력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시카고 선-타임스 등에 따르면 시카고 전역에서 주말인 전날 밤부터 이날 오전까지 총격사건이 이어지면서 1명이 숨지고 최소 33명이 부상했다.
밤사이 18시간 동안 경찰에 신고된 총격 사건만 최소 24건에 달했다. 총격 피해자 중에는 14∼17세 10대 3명도 포함돼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특히 시카고의 주말을 핏빛으로 물들게 한 총격 사건은 종교계·시민단체 지도자를 포함한 수백 명의 시민이 모여 '평화의 행진'을 벌인 뒤 하루 만에 발생한 것이다.
시카고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 30분께 더글라스 공원 인근 한 가정집에서 총성 20발이 울려 남성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숨진 남성은 머리와 등에 총상을 입었고, 나머지 1명은 손에 총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목격자인 30대 트럭운전사는 "갑자기 말다툼 소리와 함께 병 깨지는 소리가 나더니 총성이 울렸다"고 말했고, 다른 남성은 "총성은 20차례 울렸다"고 했다.
이어 전날 밤 10시30분 시내 31번가 인근 해변을 거닐던 남녀 커플도 누군가 쏜 총에 맞아 부상을 당했다. 27세 남성은 다리에, 18세 여성은 오른손에 각각 총상을 입었다.
이들은 경찰에 "해변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총성이 들렸고 알고 보니 우리를 향한 '묻지마 총격'이었다"고 진술했다.
또 이날 오전 6시 시카고 동부 우크라이나 마을에서는 산책을 하던 32세 남성이 지나가던 차에서 쏜 총에 맞았다.
마침 인근에 잠복 중이던 경찰은 이 남성을 쏜 차량을 뒤쫓아 총격 용의자를 검거했다. 총격 용의자가 타고 있던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에는 총기류와 탄피들이 발견됐다.
시카고는 미국 내에서 총격사건 다발 도시로 악명이 높다. 지난해 총에 맞아 숨진 주민 수만 760여 명에 이른다. 총격사건이 잇따르면서 시카고 인구는 점점 줄고 있다. 실제로 19개 주요 대도시 중에서 시카고만 인구가 줄었다.
시카고에서는 지난해 4천330여 명이 총격 피해를 봤고 이 가운데 760여 명이 숨졌다. 지난 20년 이래 최악의 피해다. 올해 들어서도 2월 중순까지 총격으로 70여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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