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바꾸기 명수' 트럼프…취임 3개월도 안돼 숱하게 뒤집었다
NYT "트럼프가 보여준 패턴은 배신…적뿐 아니라 동맹도 불안해 한다"
(뉴욕=연합뉴스) 박성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취임 3개월도 되지 않아 많은 이슈에서 말뒤집기를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간) 편집위원단 명의로 실은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말을 얼마나 많이 어겼는지를 따라잡기도 힘들다"고 밝힌 뒤 트럼프 대통령의 잦은 말바꾸기를 주제별로 나누어 꼬집었다.
먼저 이 신문은 시리아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대응방식을 지적했다. 2013년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응하는 군사작전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했을 때 트럼프는 어떤 개입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그는 시리아가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시리아의 공군기지를 폭격했다.
러시아와 관련한 입장도 뒤바뀌었다. 몇 년 동안 시리아와 연루돼 있는 러시아를 대선 과정에서는 좋게 평가했으나 지난 5일 '러시아가 시리아와 연루돼 있다'는 이유로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이전보다 나빠졌다고 주장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테러리즘과 싸우지 않고 있어 구닥다리가 됐다고 비난했던 그는 지난주에 나토 사무총장을 만난 이후에는 "나토가 변했다. 테러리즘과 싸우고 있다. 한물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나토가 바뀐 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이 바뀐 것일 뿐이라고 뉴욕타임스는 꼬집었다.
의료보험 지원금을 삭감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달리 '삭감'을 무기로 민주당을 압박하는 일, 처방약의 가격을 내리겠다고 했음에도 의료업계 최고경영진을 만난 이후에 입을 닫아버린 일도 입장 돌변의 주요 사례로 거론됐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여름 휴가를 비판하면서 "집권하면 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에 백악관을 거의 비우지 않을 것"이라고 했던 말은 웃음거리가 되기에 충분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말이면 마라라고 리조트를 찾는 바람에 오바마 대통령이 8년 동안 갔던 외부여행을 임기 첫해에 모두 소진할 판이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했다가 "중국이 환율을 조작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나, 트럼프 사업체에서 손을 떼겠다고 한 뒤에도 여전히 연결고리를 남겨두고 있는 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정치적인 목적에서 저금리 기조를 유지한다고 공격했다가 최근 저금리정책을 좋아한다고 한 발언 등도 몇 개월 새 뒤바뀐 사례들이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에 대해 일각에서는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했으며 업무에 적응해 가는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도 '끔찍한' 구상을 바꾸지 않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납세내역서 공개약속은 지키지 않고 있으며,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 출신 은행가들에 둘러싸여 있으며, 백악관에서 개인적인 재산을 쌓아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주는 '패턴'에 야당인 민주당원, 같은 당인 공화당의 강경 보수 하원의원 단체인 '하우스 프리덤 코커스' 회원, 나토 회원국, 중동의 독재자들, 그리고 미국의 잠재적인 동맹과 적까지도 깊이 불안해할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주는 일관된 패턴은 '배신'이라고 지적했다.
sung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