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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부활절에 관행깨고 즉흥설교…"곳곳에 정의와 평화 깃들길"(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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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부활절에 관행깨고 즉흥설교…"곳곳에 정의와 평화 깃들길"(종합)

시리아 내전 등 말하며 "피의 전쟁·테러 멈춰라" 관심 촉구

즉흥설교 후 소나기…유럽 실업 등도 지적하며 새 희망 기원

(바티칸시티=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부활절을 맞아 곳곳에서 피의 폭력이 자행되고 있는 현재 지구촌 상황을 한탄하며 전쟁과 테러를 멈출 것을 당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6일(현지시간) 오전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에서 부활절 미사를 집전한 뒤 부활 메시지 '우르비 엣 오르비'(Urbi et Orbi·로마와 온 세계를 향해)를 통해 시리아를 비롯해 전쟁과 테러, 기아로 신음하고 있는 지구촌 곳곳에 평화를 촉구했다.

교황은 "복잡하고 극적인 상황 속에 놓여 있는 현재 세계에서 정의와 평화를 위해 일하는 모든 사람의 발걸음을 부활한 예수가 인도해 주길 기도한다"며 "각국 지도자들은 충돌의 확산을 막고, 무기 거래를 중단하는 데 필요한 용기를 지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특히 전날 시리아 알레포에서 시아파 신자들을 겨냥해 110여 명이 사망한 버스 폭탄 공격을 강도 높게 비난하며 시리아 사태의 평화로운 해결을 촉구했다.

교황은 전날의 공격을 '야비한 것'이라고 규정하며 "공포와 죽음의 전쟁에 희생되고 있는 시리아 민간인들에게 평안과 위안을 가져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어 시리아를 위시한 이라크·예멘 등 중동 전체의 평화, 내전과 기아에 시달리는 남수단·소말리아, 정치·사회적 갈등이 이어지는 중남미, 유혈 분쟁이 지속하는 우크라이나 등에도 평화가 깃들게 해달라고 간구했다.

교황은 또한, "특히 높은 청년 실업 등으로 인해 위기와 어려움의 순간을 경험하고 있는 유럽이 새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부활절 미사 시 교황은 일반적으로 설교하지 않는 게 관례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전통을 깨고 즉흥설교를 하는 파격을 보였다.

교황은 "너무나 많은 재난이 이어지는 고통과 비극의 이 땅에서 부활한 예수에 대한 믿음은 우리에게 (현실의)벽이 아닌 이면을 보라는 신호를 주고 있다"고 운을 뗐다.






교황은 이어 성베드로 광장을 아름답게 장식한 히아신스와 튤립, 장미 등 약 3만5천 송이의 네덜란드산 꽃을 가리키며 "부활절은 아름다운 꽃들로 장식된 파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며 "오늘 집에 돌아갈 때 예수의 부활 의미를 되새겨 달라"고 당부했다. 교황의 즉흥 설교가 끝나자마자 갑작스레 소나기가 쏟아져 성베드로 광장에 모인 신자 수만 명이 흠뻑 젖는 풍경도 연출됐다.

교황은 아울러 부활 메시지를 통해 평소 주된 관심사인 난민, 빈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교황은 "예수는 비인간적인 노동, 불법 인신매매, 착취와 차별 등 모든 형태의 신구 노예제로 말미암아 희생된 사람들의 형상을 하고 있다. 또, 전쟁과 테러, 기아, 억압적 정권에 의해 강제로 삶의 터전을 떠나는 난민들과 동행한다"며 이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당부했다.

교황은 앞서 성금요일에는 "파괴와 파멸, 난민선 난파 등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모든 잘못에 수치심을 느끼게 된다"면서 "이런 일들이 용서와 사랑으로 바뀌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부활 전야의 자정 미사에서는 "난민과 빈자, 소외된 사람들의 존엄이 불의와 부패로 말미암아 날마다 십자가에 못 박히고 있다"며 신자들에게 사회적 약자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날 부활절 미사는 어느 때보다 삼엄한 보안 경계 속에 진행됐다.

부활 주간의 시작일인 지난 9일 이집트 콥트 교회에서 끔찍한 테러가 발생해 수십 명이 사망한 데다 최근 영국 런던, 스웨덴 스톡홀름 등 유럽 주요 도시에서 불특정 다수를 노린 대형 차량을 이용한 테러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로마 경찰은 성베드로 광장으로 통하는 길목 대부분을 봉쇄한 가운데 공항에서처럼 금속 탐지기 등을 동원한 소지품 검사를 통과한 사람만 선별적으로 광장으로 진입시키는 등 만일에 있을 테러에 대비했다.

한편, 1054년 교회 대분열로 가톨릭에서 갈라져 나간 동방 정교회도 이날 나란히 부활절을 맞아 러시아, 그리스, 세르비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주로 동유럽에 분포한 수백만 명의 신자들이 기념 의식을 치렀다.

1582년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가 공표한 그레고리력(歷)을 채택한 가톨릭과 옛 율리우스력을 따르는 동방 정교회의 부활절은 수주의 시차가 나는 게 보통이지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날짜가 겹쳤다.

또,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2013년 퇴위한 베네딕토 16세도 이날 90회 생일을 맞았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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