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진단에 유전자가위 활용기술 개발…극미량 바이러스도 탐지
MIT 펑장 교수팀, 크리스퍼 활용한 '셜록' 시스템 공개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첨단 유전자 편집 기술인 소위 크리스퍼(CRISPR)를 극미량의 바이러스까지 탐지해내는 등 질병 진단에 활용하는 획기적 방법이 개발됐다.
제3세대 유전자가위 기술(CRISPR-CAS9) 개척의 선구자 중 한 명인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펑장 교수팀은 병원체에서 나오는 핵산을 감지하는 데 크리스퍼 기술을 활용하는 진단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15일 워싱턴포스트와 의학매체 스태트뉴스 등에 따르면 펑장 교수팀이 만든 시스템은 병원체를 매우 정밀하고 정확하면서도 값싸게 탐지해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 시스템은 암으로 발생한 유전자 변이 탐지에도 활용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DNA 분자를 10의 마이너스 18승인 아토(Atto) 단위까지 탐지해낼 수 있다. 밀리(10분의 1), 마이크로(100만분의 1), 나노(10억분의 1), 피코(1조분의 1)는 물론이고 펨토(10의 -15승, 1천조분) 보다도 적은 초극미량까지 탐지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바이러스 및 세균감염, 낮은 빈도로 나타나는 암의 변이, 다른 질병과 관련된 미세한 DNA 시퀀스의 변이 등을 엄청나게 민감하게 탐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체내에 극미량의 바이러스만 있어도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고 지카바이러스와 가까운 친척인 댕기 바이러스도 구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초기의 암도 아주 일찍 정확하게 탐지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특정 고(高) 민감성 효소 리포터 해독'이라는 긴 이름의 이 시스템 약자를 명탐정 셜록 홈스를 연상시키기 위해 '셜록'(SHERLOCK)으로 지었다.
크리스퍼는 DNA에 존재하는 '회문구조의 염기서열 중 하나'다. 생물체 내에서 환경에 적응하는 면역 기능이 나타나는 단계에서 유전자 단백질 일부가 변형, 절단 교체되는 것에 착안해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편집하는 기술로 개발됐다.
이는 원래 바이러스를 탐지하려는 연구 과정에서 발견된 것인데 이를 활용한 유전자가위가 먼저 개발돼 의학과 산업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펑장 교수팀이 이번에 개발한 셜록은 이 같은 '잊고 있던 뿌리'로 눈을 되돌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펑장 교수팀은 자신들이 이전에 개발한 크리스퍼(CRISPR-Cas9)에 관한 지식과 기술을 셜록 개발에 이용하기는 했으나 근본적으로 방법이 다른 점들이 있다.
셜록은 DNA가 아니라 RNA를 찾아내는 gRNA(guide RNA)를 이용하고 Cas9 대신 Cas13a(종전 명칭: C2c2)라는 유전자가위를 사용한다.
이 연구결과는 학술지 '사이언스' 온라인판에 13일[http://science.sciencemag.org/content/early/2017/04/12/science.aam9321] 실렸다.
choib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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