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학계·예술계 400여명, '소로스 대학' 폐쇄 헝가리 비판
"단 하나 제대로 된 대학 문닫으면 안돼"…반대 여론 확산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미국인 부호 조지 소로스가 설립한 유럽중앙대학(Cenrtral European University)을 퇴출하려는 헝가리 정부의 개정 고등교육법을 놓고 국제 학계와 예술계 인사들이 공개 비판 서한을 보내는 등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에서 활동하는 헝가리 출신 작가 조지 서티스, 아일랜드 출신 소설가 콜름 토빈 등 예술계, 학계 인사 400여명은 소로스 대학 폐쇄 계획을 비판하는 공개서한에 서명했다.
이들은 "오르반 정부가 언론과 비정부기구에 이어 이제 마지막 남은 민주주의 기관을 폐쇄하려 한다"며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유럽연합(EU)의 양심에는 큰 오점이 남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서명에 참가한 예술인, 학자들은 EU가 입법 과정의 적법성과 교육의 자율성을 훼손했는지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1956년 헝가리 민중봉기가 일어났을 때 난민으로 영국에 왔던 시인 조지 서티스는 헝가리 정부가 헝가리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된 교육기관을 쫓아내려 하고 있다며 "오르반 총리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CEU의 상징적 중요성을 알리고 싶어 연대 서명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1991년 설립된 CEU는 동유럽에서 미국식 경영대학원을 운영하면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확산하는 역할을 해왔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비정부기구와 대학을 지원해온 소로스가 정치에 관여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소로스의 지원을 받는 NGO는 회계, 재정 상황을 조사받기도 했다.
헝가리는 최근 외국 대학이 캠퍼스를 운영하려면 본국에서도 캠퍼스를 운영해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해 고등교육법을 개정했는데 미국에 캠퍼스가 없는 CEU가 타깃이 됐다.
지난주 헝가리에서는 수천 명이 학생과 시민이 참여한 CEU 폐쇄 반대 집회가 계속됐다.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오르반 총리가 우파 성향의 지지자들을 결집하려는 조치로 반 소로스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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